[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국회 원 구성 협상을 보이콧하면서 민주당이 21대 국회 개원 당시처럼 상임위원장을 모두 독식할 전망입니다. 민주당이 개별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수문장'인 법제사법위원회까지 차지하고 나면 야당의 '입법 독주'가 이어지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남용하는 악순환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사위 비롯 운영위·과방위 '화약고'
국회법상 22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시한(7일)까지 국민의힘은 국회 상임위원 명단을 끝내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도 불참하면서 사실상 원 구성 협상을 보이콧했습니다.
양당은 현재 법사위와 운영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이견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을 맡지 않는 정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하고,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둔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담당해야 한다는 국회 관례를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또 21대 국회 전반기 당시 확보했던 7개 위원장직도 민주당이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자당 몫 국회부의장과 상임위원 명단을 확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지난 5일 민주당은 자당 몫인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을 선출했지만 국민의힘 몫 국회부의장은 현재 공석입니다.
지난 21대 국회 당시에도 원 구성 협상 이견으로 같은 상황이 벌어졌고, 1년 넘게 국회부의장직을 공석으로 비워둔 전례가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4·10 총선의 민의를 반영해 법사위·운영위 위원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합의가 안 되면 헌법과 국회법, 국민의 뜻에 따라 다수결의 원리로 원 구성을 하는 게 타당하다"며 "법대로 신속하게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법이 정한 시한까지만 협상에 나서고, 합의가 불발되면 국회법대로 원 구성에 나서겠다는 건데요. 지난 21대 국회 당시 박병석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상임위를 배정했던 사례처럼, 우 의장이 직권으로 상임위를 배정한 뒤 민주당이 자당 몫 상임위원장 11개를 10일 본회의에서 표결·처리한 뒤 이후 협상에서도 합의가 불발되면 나머지 상임위원장 모두를 독식하는 수순입니다.
국민의힘은 같은 날 의원총회를 열어 원 구성 협상 대응 방안을 논의해 여야 원내대표 회동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국민의힘 국회 상임위 전체를 전면 보이콧하는 방안과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에 양보하고 운영위원장직을 가져오는 형식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거부권 '14건'…"앞으로 더 늘어날 것"
만약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독식한다면 21대 국회 내내 보였던 '정쟁 국회'가 반복될 거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종훈 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이미 지난 21대 국회의 강대강 구도가 다시 복원된 것"이라며 "여당이 반대하더라도 민주당이 민생법안들을 그대로 통과시키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늘어나는 현상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윤석열정부 집권 2년 동안 행사한 거부권은 총 14건인데요. 22대 국회에서는 더 많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윤 대통령은 그간 '여야 합의' 미비를 거부권의 명분으로 삼아왔는데,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가게 되면 거부권 행사 '명분'이 더 늘어나는 셈입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5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갖고 계속 입법을 강행하고 입법 독재가 진행될 때 수백 건의 거부권이 행사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다만 여야 강대강 대치의 변곡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친윤(친윤석열계) 중심의 지도체제를 가지고 있는데, 7월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친윤 색이 옅은 지도부가 선출된다면 22대 국회의 여야관계가 변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평론가는 "야당과의 소통을 지향하는 인물이 당대표가 된다면 협조가 가능할 수 있다"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선된다 해도, 당정관계를 재정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현 상황의 근본적 문제 해결의 키는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4·10 총선 이후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거부권을 남용하는 것도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야당과 협치 국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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