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입이 거칩니다. 언론을 상대로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조바심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4개 사건으로 기소, 무더기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되면서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자 검찰과 언론에 대한 불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겁니다. 자신과 연루된 의혹을 받는 재판에서 측근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를 받는 점도 조급증을 키우는 대목으로 꼽힙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독설이 스스로를 옭아매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 분석도 나옵니다.
이재명 민주당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언론 향한 잇단 독설
이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종료 직전 자청한 추가 발언에서 “증거고 뭐고 다 떠나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상식에 어긋난 주장을 대한민국 검찰이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공판에 출석하며 기자회견을 자청한 뒤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엉터리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다”고 언론을 비난한 바 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대북 송금 혐의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지자 연일 검찰과 언론에 대한 공세를 높이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 12일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습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먼저 재판에 넘겨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대북 송금’ 관련 혐의가 인정되며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은 지 닷새만입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법정 구속됐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5월8일 서울구치소에서 보석으로 석방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화영·김용 등 측근 줄줄이 '유죄'
검찰의 ‘대북 송금’ 혐의로 추가 기소로 이 대표는 동시에 4개의 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몰렸습니다. 기존 3개 혐의와 재판은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재판(서울중앙지법 형사 34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의혹 재판(서울중앙지법 형사 33부)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교사 의혹 재판(서울중앙지법 형사 33부)입니다. 여기에 ‘쌍방울의 대북송금 관여 의혹’까지 추가된 겁니다. 이 대표는 거의 매주 서울과 수원을 오가며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측근들이 줄줄이 유죄를 선고받는 점도 부담입니다. 이 대표가 ‘분신’이라고 말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7000만원, 6억7000만원 추징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 판결과 함께 법정구속됐던 김 전 부원장은 지난 5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2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입니다. 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된 재판입니다. 남욱 변호사로부터 4차례에 걸쳐 민주당 대선 경선자금 명목으로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가 인정됐습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도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사건으로 1심이 진행 중입니다. 정 전 실장은 구속기소됐다 지난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도 17일 1심에서 유죄를 판결을 받았습니다.
재판 4개 동시 진행…일주일 3-4회 법정 출석
현재 3개의 재판 진행으로 매주 2~3회 법원을 찾아야 하는 이 대표는 검찰의 추가 기소로 일주일에 3-4회로 법정을 드나드는 횟수가 늘어날 전망입니다.
측근들이 모두 잇따라 유죄가 선고되는 데다, 일주일에 매일이다시피 법원에 출석해야 하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몸과 마음 모두 쫓기게 마련입니다.
재판에 오가는 일정을 감안하면 당대표로서의 당무는 물론 국회의원의 상임위 활동과 본회의 참석 등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야당의 ‘방탄 프레임’도 이 대표에게 득보다 실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검찰수사 조작방지법’과 ‘표적수사 금지법’, ‘대북송금 특검법’ 등 이 대표를 ‘호위’하기 위한 법안 발의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민주당의 검찰을 대하는 태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법원 판결까지 거부하는 발언과 법안을 ‘이재명 호위’를 위해 추진한다는 자체가 국민들에게는 거부감만 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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