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 재해로 식료품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인 '기후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서 서민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상 기후가 잦아질 경우 이에 따른 작황 악화가 불가피해 농수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이는 곧 서민들의 삶과 밀접한 식탁 물가 상승으로 직결되는 까닭인데요. 올 여름도 때 이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농수산가에서는 폭염 및 폭우로 인한 작황 악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기후플레이션을 돌발 변수 정도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물가 관리를 해 나가는 데 있어 상수로 인식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상품 등급의 후지 사과 평균 소매가격은 10개에 3만4185원으로 1개월 전인 3만2392원보다 1800원가량 올랐습니다. 특히 1년 전(2만5578원) 대비로는 무려 9000원 가깝게 상승했습니다. 같은 날 기준으로 배 소매가격은 신고 품종이 10개에 6만7600원으로 1개월 전(5만3036원) 대비 27.46%, 1년 전(2만8486원)보다는 무려 137.31% 폭등했습니다.
문제는 사과와 배의 소매가격이 향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부터 수확기까지 사과와 배 공급량이 작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21.3%, 87.1% 감소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서민들 식탁의 필수품인 김 가격도 급등하는 추세입니다. 주산지인 전남 완도 일대의 수온이 오르면서 김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원재료인 원초 가격은 작년 대비 2배가량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에 식품 기업들도 줄줄이 김 가격 인상에 나섰습니다.
올리브유 역시 기후플레이션 여파로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전 세계 올리브유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스페인에서 이상 기후에 따른 가뭄이 빈번해지면서, 국제 올리브유 가격이 1년 새 40% 넘게 오른 탓입니다.
직장인 최모씨(28·여)는 "외식 물가 상승세가 워낙 가팔라 집밥을 자주 해먹고 있는데, 많은 요리에 두루 쓰이는 올리브유 가격이 올라 살림살이에 어려움이 많다"며 "게다가 시세가 너무 오른 과일은 구매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기후플레이션 문제가 현실화하면서 정부가 중장기적 측면에서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이제 물가 정책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기후를 기본적인 상수로 포함해야 한다는 분석인데요.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월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경우 1년 후 농산물 가격은 2%, 소비자물가 수준은 0.7%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기후 변화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국내 식료품 등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을 높이는만큼 이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한은 측 설명입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기후 문제가 대두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농가 관점에서도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농가가 안정적 재배에 나설 수 있는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또 기후플레이션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부족한 작물들을 분석하고, 대체 작물을 지원한다거나 발 빠르게 수입해 물량을 조절하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한 대형마트의 사과 코너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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