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정부에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과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지 1년이 지났고, 이를 통해 현재까지1만7000여명이 특별법상 피해자로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피해자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피해자들은 현행 특별법에 대해서도 피해자 인정 요건이 엄격하고 '빚에 빚을 더하는' 대출 지원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피해자로 인정을 받더라도 지원을 받기 위해선 추가적인 요건들이 요구돼서 실질적인 지원을 얻기 힘들다고 호소했습니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특별법상 기존 전세대출 연장이나 저리대환대출 이용 등의 금융지원 대책이 있지만, 은행별·지점별 담당자별로 안내가 상이해서 피해자 혼선과 불편이 늘고 있다”며 “더구나 현장에서 은행과 보증기관, 피해자지원센터 등 각 기관들의 책임 떠넘기기 사례들도 여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특별법 피해자 인정 요건 외에도 각 대책별로 별도의 자격 요건이 존재하면서 이용에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며 “특별법 피해자로 인정되면 소득이나 자산 규모, 건축물 유형 등 별도 요건을 삭제하고 대출 이용에 제약이 없도록 하는 개선과 창구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들의 상황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기존 전세대출에 대한 저리대환의 경우, 개인 신용대출로 전세대출을 우선 상환했거나 사내 복지 일환으로 전세대출을 받은 피해자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피해자나 보증보험 이행거부 피해자 등 사각지대 피해자들에 대해 대출이 거절되고 있기도 합니다.
“지원 대책마저 현장서 거절되기도”
이날 간담회에서는 피해자들이 그동안 겪은 다양한 지원 거절 사례들이 언급됐습니다. 다가구와 신탁사기, 비주거용 오피스텔 피해자들은 현장에서 특별법상 우선매수권이나 대출지원 정책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습니다. 경·공매 유예나 금융지원조차 관계 부처 간에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를 찾아가도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해 피해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와 은행, 보증기관 등 각 기관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을 방지하고 피해자가 빠르고 정확하게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피해 지원 체계를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안상미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기존 전세자금대출이 있어 새로 주택을 마련하려면 불가피하게 또 대출이 필요함에도 특별법 취지에 맞지 않게 추가 대출들이 현장에서 거절되고 있다”며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대책의 경우도 기존 대출 기준과 요건들을 그대로 적용해 정작 대출이 거절되는 사례들이 발생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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