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에서 열린 본인의 78세 생일 축하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마친 후 지지자들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세계 각국에서 정치적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보수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졌고, 유럽의 경우 프랑스·영국 등에서 극우 정당들이 잇따라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들 세력은 '자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통합을 표방해온 서방연대 동맹에도 균열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제 통상질서가 혼돈의 시기에 접어들 것이란 예측과 함께, 경제적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후보 간 첫 TV토론을 기점으로 '트럼프 대세론'은 더욱 굳어졌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인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첫 TV토론에서 승리한 데다, 최근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의회 폭동 등 재임 시 행위에 대한 면책특권을 폭넓게 인정받는 판결까지 받아 들면서 대권 가도에 탄력이 붙은 상황입니다.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이 임박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TV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계속 벌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세론' 확산…'유럽 극우' 주류로 부상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 결과(6월29일~7월2일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8%의 지지율로, 42%에 머문 바이든 대통령과의 격차를 6%포인트로 벌렸습니다. 뉴욕타임스(NYT)가 발표한 여론조사(6월28일~7월2일 조사) 결과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49%,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1%로 8%포인트 격차가 났습니다. 지난달 같은 조사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5%포인트 앞섰습니다. CNN 조사 결과(6월27일 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49%로, 바이든 대통령(43%)보다 6%포인트 높았습니다. 지난해 8월 격차가 1%포인트 났던 것에 비하면 더 벌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정치권의 극우 정당들은 최근 들어 정치적 주류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27개국) 중 절반 이상이 극우 정당이 이미 집권했거나 차기 집권 세력으로 유력시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치러진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RN이 33.1%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면서 사상 처음 원내 다수당이 유력해졌습니다. 프랑스에서 지금까지 극우 정당이 다수당을 차지해 집권한 전례가 없습니다. 독일에선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득표율을 15.9%까지 끌어올리며 총 96석 중 15석을 확보하며 독일 전체 정당 중 2위에 올랐습니다. 같은 선거에서 이탈리아의 경우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속한 이탈리아형제당(FdI)은 2019년 때보다 득표율을 4배 가까이(28.8%) 끌어올리며 약진했습니다. FdI는 극우 성향의 정당으로 꼽힙니다.
영국 총선에선 제1야당인 노동당이 과반 의석 확보로 압승하면서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했지만, 극우정당인 영국개혁당의 선전도 눈에 띄었습니다. 영국개혁당은 총선에서 4석의 의석을 확보하며 첫 의회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영국개혁당은 선거 여론조사에서 한 때 보수당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설 정도로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영국개혁당이 의회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RN)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마린 르펜 의원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 후 자리를 뜨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크라 지원·기후위기 대응' 차질…'G2 갈등' 격화 블가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유럽 극우 정당들의 핵심 공통점은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일극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환경 문제 등에서 서방연대 동맹의 내부 균열 조짐도 일고 있습니다. RN과 AfD, FdI 등 극우 정당들이 대외 정책을 현안을 대하는 태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에 반대 혹은 소극적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미국 내 백인민족주의나 우파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성향 지지층은 미국의 해외 군사개입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럽이 선도해온 기후위기 관련 정책이 위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실제 RN은 자동차 관련 규제와 풍력발전 확대 등 기후위기 관련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추진해온 환경 정책이 전면 백지화될 가능성은 적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세계 정치 질서가 극우세력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한반도 외교 상황도 변화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도전 요인과 기회 요인이 모두 다 존재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양 총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종의 미국 중심주의 선상에서 중국과의 경쟁 갈등이 더욱 더 심화되지 않겠느냐"며 미·중 관계가 악화될 경우 한반도 평화에 부정적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로 신뢰의 토대에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북·미 간 대결 국면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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