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윤민영 기자] 카드사들이 할인 등 혜택 문턱을 높이면서 '피킹률'이 카드 선택의 주요한 척도가 되고 있습니다. 고금리와 연체율 상승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부딪힌 카드사들은 혜택이 좋은 이른바 '혜자 카드'를 잇따라 단종하고 있는데요. 금융 소비자들은 할인율이나 할인 항목을 단순히 따지기보다는 소비 성향에 따라 최대 할인율을 계산하는 추세입니다.
피킹률 5% 이상 '발급 추천'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카드 발급 조건으로 중요시 하는 부분이 바로 피킹률입니다. 피킹률은 한 달 동안 카드 사용액 대비 얻는 혜택의 비율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카드를 100만원 썼을 때 할인·적립 혜택 등을 3만원 받았다면 피킹률은 3%입니다.
소비자들은 통상적으로 피킹률 10% 이상인 카드를 반드시 발급받아야 하는 카드, 5% 이상이면 괜찮은 카드, 3%면 보통인 카드, 1%대는 혜택이 충분치 않아 교체를 검토해야 할 카드로 구분합니다. 피킹률이 높은 카드로는 새마을금고 더나은 체크카드가 있습니다.
이 카드는 간편결제 20% 할인(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페이코 결제 시 제공), 온라인쇼핑 20% 할인(쿠팡·무신사 등 결제 시 제공), 커피전문점 20% 할인(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커피빈·메가커피·빽다방 등 결제 시 제공) 혜택을 제공한다. 혜택별 최대 6000원, 총 1만8000원 할인이 됩니다.
전월 실적 30만원 이상 써야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는데 보통의 카드가 인정하지 않는 상품권 결제도 실적으로 인정합니다. 혜택별로 한달에 3만원씩, 총 9만원만 결제하면 1만8000원 할인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피킹률이 20%에 달하는 셈입니다.
반면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의 카드 순위 1인 신한카드 미스터라이프 신용카드의 경우 전월 30만원 달성 시 할인받을 수 있는 금액이 1만6000원입니다. 피킹률은 약 5.3%입니다. 월납(공과금) 할인(전기요금·도시가스요금·통신요금 10% 할인), 타임 할인(365일 24시간 편의점·병원·약국·세탁소 10% 할인), 주말 할인(3대 마트 10% 할인) 등 많은 혜택을 제공하지만, 실적별 할인 한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삼성카드(029780)의 아이디 달달 신용카드는 생활 요금 자동 납부 10% 할인, 마트·주유·의료 5% 할인, 스트리밍·쿠팡 멤버십 등 50% 할인 등을 제공합니다. 전월 실적 50만원을 채웠을 때 총 할인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생활 요금 1만2000원, 마트·주유·의료 5000원, 스트리밍·쿠팡 멤버십 5000원으로 2만2000원입니다. 피킹률은 4.4%입니다. 다만 연회비가 2만9000원으로 상대적으로 높고, 가족카드 발급도 불가능합니다.
최근 피킹률이 가장 높은 새마을금고의 '더나은 체크카드'는 간편결제 20% 할인, 온라인쇼핑 20% 할인, 커피전문점 2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사진=새마을금고)
소비 성향 따라 최대 할인율 달라
카드 소비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이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카드를 공개하고, 피킹률을 봐달라거나, 피킹률이 좋은 카드를 추천해달라는 소비자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카드사들이 앞다퉈 피킹률이 좋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단종시키고 있다"거나 "마땅히 쓸 카드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소비자의 소비 성향에 따라 피킹률은 달라지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단순히 피킹률이 높다고 해서 좋은 카드가 아니라, 금융 소비자의 사용처와 사용 빈도에 따라 계산되는 피킹률은 제각각이라는 뜻입니다. 주로 사용하는 카드가 신용카드인지 체크카드인지도 구분해서 피킹률을 따져봐야 합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요즘 똑똑한 소비자들이 많아서 피킹률을 많이 보는 것 같다"며 "피킹률 외에도 최소 이용금액, 혜택 등을 여러모로 따져보고 잘 활용하는 게 가계에 더 도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소비자들이 피킹률을 세세하게 따져가며 카드 발급을 받는 이유는 '혜자카드'가 잇따라 단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드사들은 수익성 및 건전성 악화로 비용 효율화에 나선 상태입니다. 올해 카드사 연체율은 8개 카드사 체제가 만들어진 2014년 11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고, 카드론에 중·저신용자들이 몰리며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입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카드 혜택이 따른 마일리지 지급 등이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여행 휴가철을 앞두고 수요가 높은 마일리지 카드를 단종하는 걸로 봐서는 비용 문제가 큰 것 같다"며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과 대손비용 증가에 따라서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이 많이 가는 그런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단종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금융 소비자의 사용처와 사용 빈도에 따라 계산되는 피킹률이 달라진다. 사진은 현대카드로 결제를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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