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보고서 10년치 분석)①(단독)기초수급자 비중 8년새 54%→74%
월 평균 소득, 2023년 86.7만원 불과…정부보조금에 의존
근로활동, 2016년 34% → 2023년 23%…11.1%p 감소
월 평균 소득 증가는 '근로 효과' 아닌 '기초수급 효과'
일해서 돈 버느니 기초수급 받겠다" 분위기 '팽배'
전문가들 "근로동기 부여할 제대로 된 일자리 필요"
2024-07-19 06:00:00 2024-07-19 0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 기자] <뉴스토마토>는 쪽방촌 연속 기획보도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쪽방촌 거주자들의 열악한 환경, 주민들이 쪽방을 떠나지 못하는 쪽방촌 생태계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실태 체험에 이어 쪽방촌 주민들의 삶을 지표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쪽방촌 실태 보고서'를 면밀히 분석했습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치로, 서울시가 조사 및 작성했습니다. 이를 최초로 공개합니다. (편집자)  
 
최근 10여년 동안 쪽방촌 거주자들의 월 평균 소득은 20만원가량 늘어난 것에 그쳤습니다.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기도 힘든 수치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 비중은 50%대에서 70%대로 급증했습니다. 궁핍의 연속입니다. 특히 이들은 일자리를 얻어 생계를 유지하기보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실정입니다. 공공일자리를 통한 벌이와 정부 보조금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뉴스토마토>는 최근 박주민 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을 통해 서울시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한 '서울시 쪽방 건물 및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입수, 분석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쪽방촌 거주자들의 월 평균 소득액은 100만원이 채 되질 않습니다. 2016년 67만원, 2023년에는 86만70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증가율은 29.4%로 변화가 커 보이지만, 실질적 액수는 19만7000원에 불과합니다.(2014~2015년은 소득액이 아닌 '소득구간'만 조사했기에 집계에서 제외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특히 쪽방촌 거주자들의 주요 소득원을 살펴보니 '근로활동'이라는 응답은 2016년 34.4%에서 2023년 23.3%로,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반면 '정부 보조금'이라는 답변은 같은 기간 54.0%에서 73.8%로, 19.8%포인트 올랐습니다. 쪽방촌 거주자 가운데 일을 하지 않고 생계급여 등을 통해 생활하는 기초생활수급자가 8년 만에 '10명 중 5명'에서 '10명 중 7명'으로 크게 증가한 겁니다. 이는 결국 지난 8년간 쪽방촌의 월 평균 소득 증가가 정부 보조금에 의존했다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실제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하는 금액은 쪽방촌 거주자들의 월 평균 소득 증가분과 비슷한 규모로 늘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준 생계급여는 1인 가구 기준 47만1201원이었습니다. 2023년 생계급여는 1인 가구 기준 62만3368원입니다. 8년 새 15만2167원 올랐는데, 이는 쪽방촌 월 평균 소득 증가액(19만7000원)과 차이가 크질 않습니다.  
 
앞서 본지는 지난 7월3일자 <(못 떠나는 쪽방촌)②"일해서 돈 버느니 기초수급 받겠다"> 기사를 통해 쪽방촌 거주자들이 자활·독립을 못 하는 실태를 파헤쳤습니다. 이들은 공공일자리를 통해 월 110만원가량을 손에 넣을 수 있지만, 정부로부터 받는 기초수급액도 월 100만원대이기 때문에 굳이 힘들게 일하려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유지하고 일을 안 하기 위해 제 몸을 일부러 다치게 하는 사례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근로기간과 급여가 보장된 제대로 된 일자리정책을 통해 이들에게 일할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서울 영등포 쪽방촌의 쪽방상담소에서 일하는 A씨는 "이 분들은 가만히 있어도 100만원이 생기는데, 겨우 10만~20만원을 더 벌자고 일을 하지 않는다. 굳이 일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서 "'탈쪽방'(쪽방촌을 벗어나는 일)을 못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거주자들의 실상을 고려하지 않는 일자리정책"이라고 말했습니다. 돈의동 쪽방상담소의 B씨는 "공공일자리로 버는 돈과 기초수급액이 적어도 50만~60만원 이상 차이가 나도록 해야 일할 동기가 생길 것"이라며 "일을 해 목돈이 생겨야 탈쪽방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복도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한편, 서울시 쪽방 건물 및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는 서울시가 주거 취약계층인 쪽방 거주자들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복지체계 연계를 통한 자립 지원을 목적으로 실시됐습니다. 조사 항목은 △쪽방 건물구조 △화장실·세면장 등 기초 편의시설 현황 △소화기 등 안전시설 확보 여부 △냉·난방 여건 등 주거생활 △소득 수준과 일자리 등 근로활동 △질병과 장애 여부 등 의료생활 △쪽방 거주 기관과 연락 가능한 가족 등 기타 사항입니다. 서울시는 쪽방 건물구조와 기초 편의시설 현황 등은 쪽방상담소와의 협조를 통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항목은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자기기입식 면접조사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병호·신태현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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