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ESG 점검)③돌아온 '하투'…임금 협상 '막전막후'
통단협 가이드라인 5.2%+α 제시
+α 는 개별 증권사 몫
2024-07-24 06:00:00 2024-07-24 06:00:00
 
[뉴스토마토 최성남·신유미 기자] 증권사는 규모에 따라 ESG 실천 의무가 다르진 않지만, 급여 수준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S(사회)에서 중요한 노사 관계 측면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증권업계에는 '통단협(통일단체협약)'이 존재하는데요. 통단협 기준이 사실상 증권업계 임금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 대형증권사들은 개별 교섭을 통해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결과물만 좋다면 개별 교섭이던 단체 교섭이던 종사자 입장에선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입니다.
 
민노총 산하 사무금융노조에 증권사 대다수 가입
 
지난해 증권업종본부 산별중앙교섭 상견례 모습. (사진=사무금융서비스노조)
 
주요 증권사 노조들은 민주노총 산하에 있는 사무금융서비스노조(사무금융노조)에 가입돼 있는데요. 사무금융노조 가입사는 현재 한국투자·NH·하나·신한·SK·하이·교보·KB·대신 등으로 집계됩니다. 하지만 사무금융노조 가입사 규모의 차이로 인해 실제 임금 협상 관련 통단협(통일단체협약)에서 온도 차이가 존재합니다. 대형사 대비 소형사가 상대적으로 같은 인상 폭을 제안했을 때 유리하다는 건데요. 사무금융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증권사들 역시 임금 등 단체협약(임단협)과 관련해서는 통단협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올해는 NH·KB·신한·하나·SK·하이·교보증권 등이 통단협에 참여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에는 통단에 함께했지만, 올해는 빠지기로 했습니다. 통단협 7개사는 올해 임금 인상률로 5.2%+α를 제시할 방침입니다. 이달 말 킥오프(상견례)를 시작합니다. 최종 결정되는 임금 인상률은 사측의 제시안과 조율해 더 낮아지는 것이 기본적입니다. 임금인상률에 더해 +a에 해당하는 부분은 각 사가 개별적으로 일시지급금과 기타 복리후생 등을 협상합니다.
 
올해 통단협 7개사의 지난해 성과급 및 복리후생을 포함한 1인당 평균 급여를 살펴보면 NH투자증권이 1억3800만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KB는 1억3500만원, 신한 1억3300만원, 하나 1억2900만원 등으로 나타났는데요. 반면 교보증권은 1억900만원으로 가장 낮았고, SK 1억1100만원, 하이투자 1억1100만원이었습니다.
 
통단협에 참가하는 증권사는 1, 2위에 달하는 대형사의 위상을 갖춘 곳도 있지만 중소형사도 있습니다. 지난해 실적이 좋은 곳도, 실적이 상대적으로 악화한 곳도 함께 협약을 체결합니다. 특히 작년의 경우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증권사 대부분의 4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만큼 올해 실적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집니다.  
 
증권사 노조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실적이 좋지 않았던 곳은 통단협을 체결하면 (실적 부진과 별도로) 임금 상승률에서 유리한 조건을 가져갈 수 있다"면서도 "반면 대형사이면서 실적이 좋은 증권사의 경우 통단협 조건에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올해 임금 인상률로 제시된 5.2%+α 에서 '플러스알파'가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요. 개별 증권사마다 요구 조건이 다른 만큼 회사 규모의 차이와 실적 차이에서 오는 안정적 급여 수준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럼에도 대형사와 중소형사가 함께 통단협을 하는 이유는 일종의 안전장치를 두기 위한 것이라는 전언입니다. 증권사 실적은 증시 분위기와 경제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처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우려가 터질 경우 대규모 충당금 적립 등 회사의 경영상 변동성이 많을 때 단합된 협상력을 갖추기 위해 통단협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증권사 노조 관계자는 "(통단협의 경우) 장단이 있다"며 "산별교섭을 진행하면 노동자 측의 협상력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대형사든 중소형사든 서로 방패막이 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통단협이 정답은 아냐" 
 
현재 상위권 대형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은 사무금융노조에 가입된 단체가 아닙니다. 대형사 중 미래에셋증권은 개별노조로 분류되는데요. 미래에셋 노조는 과거 민주노총 산하 민주금융노조 지부였지만 지난 2015년 탈퇴해 현재는 개별노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 노조 관계자는 "현재 산별노조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개별노조 체제에서 실제 사측과 협상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연맹이나 단체에 가입함으로 인해 종사자의 권익 보호가 더욱 가능하다고 판단이 된다면 산별노조 가입을 망설일 이유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계약직 비중이 높은 증권사로 분류되는 대형사인 메리츠증권은 과거 노동조합이 있었지만, 내부 문제로 위원장이 탄핵당한 후 비대위 체제를 거쳐 현재는 사라졌습니다. 계약직이 많고 근속연수가 짧은 회사의 특성상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노동조합의 유무가 종사자의 고용 안전성과 직원 복리후생 등과 관련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사측의 처우에 따라 직원 만족도는 다를 수 있지만, 증권업계의 특성상 공통된 임금 체계보다는 성과에 맞춘 특별한 처우를 바라는 직원들도 있는 만큼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무늬만 노조로 비판 받았던 삼성증권의 복수노조는 최근 임금 인상안 4.9%로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했는데요. 이를 두고 증권사 노조 관계자들은 통단협 수준의 인상안으로 나쁘지 않은 결과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삼성증권 노사는 임금 인상과 함께 모성보호 강화를 위해 임신기 단축근무 유급 기간을 확대하고, 출장 시 숙박비 지원을 상향하는 등의 직원 복지 내용도 임단협에 반영했습니다.
 
최성남·신유미 기자 drks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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