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감염병 대응 인력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격리, 역학조사 등을 담당할 '보건직 공무원'이 증가한 영향인데요. 하지만 의료취약지역 보건소 등에 배치돼 감염병 대응의 핵심 업무 등을 담당해 온 공중보건의사는 오히려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질병관리청은 31일 '제1차 감염병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감염병예방법 제17조에 따라 3년 주기로 시행하는 것으로, 2020년 조사실시 및 공표가 의무화된 이후 처음으로 시행됐습니다.
조사 결과 지자체의 감염병 대응 인력은 지난해 말 기준 4300명 수준으로,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기 직전인 2019년보다 75.1% 증가했습니다.
17개 광역시도의 경우 169명에서 387명으로 129%, 시·군·구 기초지자체는 2265명에서 3874명으로 71% 늘었습니다.
이들이 맡은 업무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살펴보면 집단 발생시설 관리, 재난 대비 모의 훈련, 역학조사 지원 등 '기타 감염병 대응'이 18.5%로 가장 많았고 예방접종 17.1%, 결핵 12.6%, 감염병 총괄 12.3% 순이었습니다.
감염병 대응 인력은 의료인과 보건직 공무원으로 구성되는데요. 의료인의 경우 공보의를 의미합니다. 공보의는 의사 면허 소지자가 택할 수 있는 병역 제도로, 공중 보건 업무에 종사하는 임기 3년의 보충역입니다. 대부분 기초 지자체 보건소·보건지소 등에서 일합니다.
각 보건소·보건지소에서 일하던 공보의는 당시 '긴급 수혈' 인력 중 하나였는데요. 농·어촌 지역은 코로나 감염병 재난 대응에 동원할 공공 보건의료 인력이 특히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전자증폭(PCR) 검사 등 선별진료소 진단(검체 채취) 업무는 의사 고유의 영역으로, 간호사 등 타 직역이 실시할 경우 의사의 지도·감독이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최근 의·정 갈등으로 공보의 수가 감소하고 있는 점입니다. 지난 2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대형병원 곳곳에서 대규모로 이탈하면서 의료 공백이 발생하자, 정부는 지방에서 근무 중인 공보의를 데려다 투입시켰는데요.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마저 공보의로 장기간 군 복무를 하느니 현역으로 군에 입대를 하겠다는 상황이어서 '탈공보의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742명이었던 신규 배치 공보의는 올해는 255명으로, 4년 새 약 65% 감소했는데요. 지난 2015년 이후 역대 최저치입니다.
질병청 관계자는 "실태조사에서의 감염병 대응 인력은 대부분 보건직 공무원을 의미한다"며 "역학조사관 중에서도 공보의는 소수"라고 밝혔습니다.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로 빚어진 의료 공백에 보건소 등지에서의 공보의 차출이 시작된 전남 화순군 이서보건지소 주변에서 한 마을 주민이 관련 안내문을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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