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소상공인에만 집중…사각지대 무대책
정책금융, 특정계층 지원 편중
서민금융상품 공급액 전년 대비 반토막
2024-08-08 14:20:02 2024-08-08 14:20:02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정부의 상생금융 대책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 조정에만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소상공인이 아닌 저신용자 등 다른 금융 취약층에 대한 금융 지원은 줄고 있는 실정입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채무를 조정하는 금융지원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공급 규모를 40조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존보다 10조원 가량 늘린 것입니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빚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22년 10월 도입됐습니다. 채무 상환 기간을 최대 5년 연장하고, 금리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저금리 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입니다.
 
소상공인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5%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한 다중 채무자의 연체율은 10.2%까지 치솟았습니다.
 
소상공인 외 일반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지원은 줄어들면서 저신용자들이 비싼 금리를 감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서민금융상품 문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저신용자들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서민대출상품인 햇살론15는 올 상반기 공급액이 41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3% 줄었습니다.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신용대출인 사잇돌대출은 시중은행 대비 금리가 더 높은 저축은행으로 수요가 몰렸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올 상반기 취급한 사잇돌대출은 38억4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2% 줄었습니다. 반면 저축은행이 취급한 사잇돌2대출은 올 상반기 취급액 81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4% 늘었습니다.
 
불법 사금융 피해에 노축될 우려가 있는 저신용·저소득 취약층에 소액 생계비를 지원하는 소액생계비대출은 예산도 없는 상태입니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제도권 금융 지원을 받기 어려워 불법 사금융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취약계층을 위한 상품인데요. 기획재정부는 금융위원회가 요청한 1500억원 규모의 올해 예산을 전액 삭감한 바 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자영업자는 물론 서민을 위한 지원개선방안도 3분기 중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해 새출발기금의 지원규모를 확대하고 제도개선 등을 통해 채무부담 경감 및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겠다"며 "저신용·저소득층, 노령자, 청년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맞춤형 채무조정 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상생금융 정책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채무 조정에만 집중되면서 금융 취약계층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전통시장 바닥에 사금융 대출 광고물이 놓여져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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