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심해 노다지 '망간각'…알짜배기 채굴 '관건'
'심해저 노다지' 망간각 등 서태평양 독점탐사
독점탐사→개발권은?…"권리 당연히 보장"
ISA 충분히 논의…"알짜배기 1000㎢ 가져갈 것"
환경연구·채굴 대비해야…노후화 장비는 '난제'
2024-08-18 12:00:00 2024-08-18 21:24:15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국제 해저기구(ISA)로부터 탐사권을 획득한 서태평양 심해 해저의 망간각 자원 탐사광구 3000㎢ 중 망간각 알짜배기 땅이라 할 수 있는 1000㎢는 확실히 가져갈 수 있습니다. 핵심은 채굴을 위한 기술력으로 작년 66개의 망간각 시료 채취에 성공했습니다. 우리의 프로젝트 명칭이 바로 '미래(MIRAE)'입니다."
 
지구 8바퀴, 총 31만3000km의 바다를 누빈 해양연구 과학조사선 '이사부호'에 승선한 고영탁 해양과학기술원(KIOST) 대양자원연구부장이 기자들에게 건넨 말입니다. 이는 바다 깊은 곳 심해 채굴권(개발권)을 둘러싼 문제제기와 관련해 '국제 표준에 맞는 지속적인 환경연구 및 환경친화적 채굴기술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피력한 겁니다.
 
 
지난 13~14일 <뉴스토마토>가 거제에 위치한 해양과학기술원(KIOST) 남해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망간각 실해역 탐사 업무를 맡은 프로젝트 '미래(MIRAE)'의 수행 과정 영상을 열람했다. (사진=해양과학기술원)
 
심해저광물자원 탐사 '현주소'
 
우리나라는 지난 1993년부터 심해저광물자원 탐사활동을 해왔습니다. 망간단괴, 해저열수광상, 망간각과 같은 심해저광물자원에는 코발트, 니켈, 망간, 구리 등 있어 심해저 노다지로 불립니다. 특히 망간각은 첨단 신소재 주재료의 희토류가 함유된 만큼, 전 세계 에너지 자원의 핵심 금속으로 꼽힙니다.
 
이미 국제해저기구(ISA)와 탐사계약을 체결한 우리나라는 2021년∼2026년까지 인도양 해저열수광상과 2022년∼2028년까지 서태평양 망간각 개발유망광구 선정을 위한 정밀탐사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도양 탐사광구에서는 11곳의 열수 광체를 신규 발견하고 온 바다 등 각각 고유명칭을 부여한 상태입니다. 맨틀암이 노출된 특이 구조의 광체들은 높은 자원가치뿐만 아니라 학술적 관심이 높아 다양한 협력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해양수산부와 KIOST는 열수광체 3D 분포 조사·자원규모 예측, 광체별 자원·환경 특성에 따른 개발적합도 평가를 통해 2026년까지 최종 개발유망광구(2500㎢)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특히 서태평양 탐사의 경우는 자원규모 해석을 위한 수중탐사로봇(ROV) 부착형 망간각 시료채취기(최대 50cm)를 2년 전 제작했으며 개발 시료채취기를 활용, 지난해 27개 광구블록에서 66개의 고코발트 망간각 시료를 채집한 상황입니다.
 
이희승 KIOST 원장은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대양탐사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것"이라며 "국제 해양탐사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국제사회, 산학연간의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경영혁신의 첫걸음은 연구역량의 혁신"이라며 "최초를 지향하는 선도형 연구를 추진하고 기초연구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성과를 내는 것은 물론, 해양과학기술 연구개발을 통해 국가 경쟁력 제고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3년부터 심해저광물자원 탐사활동을 통해 공해상의 태평양 망간단괴(2002년 7만5000㎢), 인도양 해저열수광상(2014년 1만㎢), 서태평양 망간각(2018년 3000㎢), 통가(2008년 2만4000㎢), 피지(2011년 3000㎢)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광구를 확보, 해양경제영토를 확장해왔다. (사진=해양과학기술원)
 
"개발권으로 이어지나"
 
그러나 심해 채굴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합니다. ISA로부터 독점 탐사권을 부여받았지만 이후 개발권 획득 여부가 미지수로 남기 때문입니다. 즉, 탐사만 해놓고 추후 보물을 캐낼 채굴 권리가 다른 나라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입니다.
 
이와 관련해 고영탁 연구부장은 ISA 규칙을 들어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포기를 하지 않는 한 해당 광구가 대한민국의 권리라는 권한을 ISA가 인정하고 있다는 겁니다.
 
고 연구부장은 "앞선 선행을 보면 망간단괴의 경우 2001년도 전 세계 7개 국가에 탐사권을 줬고 2016년 4월 우리나라를 포함한 6개 국가 탐사권이 종료됐다. 그 때도 이 부분이 문제가 됐다. 당시 ISA가 15년 정도면 개발이 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기술적 부분과 경제성 문제가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육상 광상 대비 해저 광상이 경제성이 있어야 개발을 할 텐데 경제성은 육상보다 낮았다. 그래서 ISA가 5년 단위로 기존 소유 국가, 우리나라의 경우 2033년도에 서태평양 망간각 탐사 계약이 끝난다"며 "2033년도에 저절로 포기되는 것이 아니라 더 보유할 지를 묻게 된다. 5년 단위로 계속 심사하는 것이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망간단괴의 경우 2016년도 만기 이후 2021년까지 5년 연장했다. 전 세계 어느 국가도 개발을 못한다고 한 후 2021년부터 5년의 연장을 줘서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7개 국가가 2026년까지 탐사권을 연장한 상태"라며 "우려하는 부분은 ISA와 충분히 논의했었고 ISA 측도 계속 갈 것이다는 얘기가 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ISA가 탐사계약국의 권리는 당연히 보장해주려 하고 있고 유보광구 개념을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탐사광구 3000㎢ 중 최종으로 우리는 1000㎢를 갖고 나머지 2000㎢은 ISA가 가져간다. 나머지 광구들을 모아 추가적으로 필요한 국가, 기업 등에 권한을 주는 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머지 광구를 이후 배분하든 팔아먹든 하는 건 ISA 몫이다. 우리는 1000㎢라는 알짜배기 땅을 확실히 가져갈 수 있다"며 "때문에 탐사권을 확보하고 선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지난 13일 <뉴스토마토>가 방문한 해양과학기술원(KIOST) 남해연구소에서는 채집한 심해저광물자원이 보관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환경연구·채굴 '관건'…노후화는 '고민거리'
 
되레 그는 심해저 환경영향과 망간각의 경제성, 채굴 기술이 최대 관건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심해 해저개발로 인한 환경 문제를 우려해 국제사회는 해저개발에 대한 환경적인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개발자들이 증명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첫 연구과제인 망간각 분포 등 자원연구 특성과 두 번째 연구과제인 망간각 자원의 형성·성장 및 제련 연구에 이어 심해 환경연구는 세 번째 핵심 과제입니다. 광역 해양환경 연구, 탐사활동 환경영향 평가 등이 대표적입니다.
 
경제성 여부도 관건입니다. 자국 내 열수광상을 많이 보유한 일본은 파일럿(선행·Pilot) 수준의 해저 채광기까지 보유, 일부 채광에 돌입하면서 경제성 여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노르웨이 의회가 자국 수역 내 북극 해저에 대한 광물자원 탐사·채굴을 허용한 것도 이러한 맥락입니다.
 
또 공해상 해양광물자원 개발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ISA에서 개발규칙 제정을 완료해야 합니다. 현재 개발규칙 초안이 작성돼 이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입니다. 우리나라가 독점 탐사하는 서태평양 해저 지형에서는 30cm 이상 두께의 망간각도 발견됐습니다.
 
문제는 30년을 넘긴 낡은 종합해양연구선입니다.
 
1992년 취항 이후 30여 년간 태평양 심해저 광물자원 탐사 및 해양생명자원 확보를 위한 연구사업을 추진한 '온누리호'는 노후화로 연근해 해양조사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최근 엔진고장으로 연구수행 중 회항하는 일도 빈번한 데다, 해양연구를 위한 주요부품들은 단종 상태를 맞았습니다. 수리가 어렵고 안전 문제까지 우려되고 있어 대체 건조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한 연구진은 "현재 노후화로 대양연구는 이사부호에 맡기고 연근해 해양조사에 매진하고 있지만 고장이 빈번하다. 장비도 수리가 어렵다"며 "이사부호도 하반기 여의도 총면적의 350배에 달하는 서태평양 공해상 망간각 독점탐사 광구에 대한 탐사를 추진할 예정으로 배 하나가 사실상 종합 해양연구선을 도맡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지난 13일 우리나라 해양탐사 연구의 전진기지로 불리는 경남 거제시 장목면 소재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에 해양연구선인 온누리(사진 좌측부터)와 이사부호가 정박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거제=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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