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개당 30만원에 달하는 가상자산 '비트모빅'이 편법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관련 법인이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없이 코인을 끼워팔아 이득을 얻고 있는 정황이 거론되기 때문입니다.
2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비트모빅은 오태민 오태버스 대표가 2019년 1월 비트코인을 하드포크(복사)해 만든 암호화폐 이름입니다. 비트모빅 발행 주체는 오태버스 법인 또는 오 대표 개인으로 알려졌습니다. 오 대표는 저술과 방송 출연을 통해 비트코인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비트모빅은 주로 전용 거래 앱인 모빅매니아를 통해 유통됩니다. 모빅매니아는 오태버스가 아닌 비트윈비츠가 운영합니다. 모빅매니아에 따르면, 비트모빅은 전날 오후 2시54분 판매가 기준으로 28만원대에 개인 간(P2P) 거래되고 있습니다.
19일 비트모빅 거래 앱 모빅매니아 화면. 이날 오후 2시54분 28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이미지=모빅매니아 실행 화면)
책·폰 '코인 끼워팔기' 의혹
그런데 비트모빅 유통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주장이 업계 안팎에서 나옵니다. 관련 법인이 사실상 코인 판매와 유사한 행위를 하고 있어, 현행법상 미신고 가상자산 사업자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오태버스는 오 대표 개인이 각자 매몰 비용을 들여 찾아온 이들에게 코인 '판매'가 아닌 '지급'을 했다고 설명합니다. 오 대표 측은 실제로 등산과 여행 등으로 자신을 찾아온 이들에게 비트모빅을 무료로 나눠줬습니다. 자기 시간과 비용을 들여 종이 지갑을 얻은 사람들이 이 코인에 가치를 부여하는 구조라는 겁니다.
오태버스 관계자는 "비트모빅은 전혀 가치를 갖지 않은 상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종이 지갑을 나눠준다는 소식을 접한 불특정 다수가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이벤트에 참여했다"며 "관악산에서의 배포 당시 등산객들 사이에 종이 지갑이 거래되면서 가격을 처음으로 갖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후 몇 차례 더 진행된 종이 지갑 배포 이벤트에서 비트모빅은 더 많은 사람의 참여로 가격이 상승했다"며 "2023년 7월 호주를 마지막으로 에어드롭(무료 배포)은 마무리됐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비트모빅 관련 사업을 하는 법인·단체는 오 대표 저서·안경·한우·위스키 등을 구입한 이들에게 비트모빅을 증정했습니다. 일례로 비트모빅 생태계 확장 사업을 하는 비영리 단체 모비커스는 비트모빅용 종이지갑 제작을 맡고 있는데요. 이 회사는 올해 3월25일, 오 대표가 표지에 실린 잡지의 3월호를 서울 소재 모빅회관에서 3만5000원에 팔았습니다. 이 책의 소비자가는 1만원입니다. 해당 잡지사와 오태버스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같은 방식의 행사를 재개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4월10일엔 아이폰 판매 행사도 열렸습니다. 당시 오태버스는 165만원짜리 아이폰15 프로(256GB)에 비트모빅을 얹어 210만원에 판다고 밝혔습니다. 오태버스는 아이폰 원가에 모비커스 마진(중간 이윤) 20%, 특별 종이 지갑 가격 10만원에 카드 수수료 2만원을 합쳤다고 안내했는데요. 오태버스는 공지를 통해 "종이 지갑 에어드롭에 기여하고 있는 모비커스 주식회사의 손실 보전의 의도도 있다"고 아이폰 판매 이유를 밝혔습니다.
다만 "모비커스 주식회사 보유 모빅으로 충당하므로 오태민이나 오태버스 행사가 아니고 모비커스 주식회사의 기업 활동"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5월엔 한 비트모빅 이용자가 오 대표 책을 꾸준히 사 모은 뒤 중고 서점에 팔다 보니, 매입 가격이 점차 내려가다 더 이상 못 팔게 돼 무료로 나눠줬다고 이용자 카페에 밝히기도 했습니다.
법조계에선 상품 구매 시 비트모빅을 증정하는 행위가 미신고 가상자산 사업자의 코인 판매로 볼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강지현 리율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원칙적으로 모비커스와 오태버스, 오 대표는 법인격이 달라서 곧바로 동일 주체로 인정되기는 어렵다"면서도 "만약 오 대표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회피할 목적으로 이들을 남용하고 있다든가, 이들이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인식을 하고 하나의 공동체와 같이 일체로서 긴밀하고 유기적인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면 동일 주체로 인정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동일 주체가 아니라도 최소한 매도 행위에 가담했다고 볼 여지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 변호사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가목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매도·매수하는 행위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가상자산 사업자로 본다"며 "오태버스의 관계 법인들이 잡지와 아이폰 판매 등 여러 행사를 통해 비트모빅을 결합 판매하면서 수입을 얻은 것으로 보이고, 이런 행사를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반복·계속해서 영리 추구 목적으로 진행한다면 가상자산 사업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과거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회사가 홈페이지 등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유상으로 가상화폐를 매도하는 경우에는 영업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상자산 사업자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질의 회신한 적이 있다"며 "금융위원회 의견에 따르면, 비트모빅을 발행한 자가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비트모빅을 다른 상품과 결합해 계속적·반복적으로 매도한 사정이 있다면 가상자산 사업자에 해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지난 3월25일 모빅회관에서 잡지 구매자가 종이지갑을 받아가고 있다. (사진=유튜브)
법조계 일각에선 "사기" 주장도
오태버스와 관련 법인의 업무 형태를 보면, 비트모빅 사업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예자선 변호사(경제민주주의 21 금융사기감시센터 소장)는 "오 대표가 비트모빅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가치가 오르니 모빅을 가지고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한 점, 모빅 끼워팔기 이벤트를 여러 번 한 점은 객관적 사실"이라며 "비트모빅 생태계가 실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본질은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투자자들이 계속 지지하면서 고소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이 사기로 수사를 시작할 수 없다"며 "이는 사이비 종교와 비슷한 현상으로, 사회적으로 유해하기 때문에 금융위가 모빅매니아에 대해 '가상자산사업자 미신고'의 경우인지, 또 '자기 발행 코인 거래'에 해당하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만약 모빅매니아가 중단된다면 모빅 현금화의 기대가 사라지니 자연히 오프라인 끼워팔기도 사그라들 수 있는데, 감독기관으로서 법 집행을 방치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대표는 "프로젝트 초기엔 월 수십만 원짜리 유튜브 멤버십 회원에게 코인을 나눠줬고, 이후엔 등산하거나 호주·미국을 따라오는 이들에게 에어드롭을 했다"며 "최근엔 물건이나 강의에 끼워 파는 식으로 코인을 유통하는데, 특정 종이 지갑을 다음 행사 입장권으로 쓰게 하는 식으로 기대감을 심어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 대표 측은 비트모빅이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고찰하는 철학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미지=토닥토닥 프로젝트 웹사이트)
오태버스 "비트모빅 안 판다"
오태버스 측은 비트모빅 발행과 유통 과정에 문제가 없으며, 끼워팔기 등에 대한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오태버스 관계자는 "비트모빅은 팔지 않았고 팔지 않는다"고 확언했는데요.
이어 "비트모빅이 거래되는 거래소는 생태계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P2P 거래를 돕기 위해 자기 비용을 들여 만든 것"이라며 "매수·매도 당사자들 사이에 직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각자 나름의 비용을 지출한 사람들이나 협업 대상 기업 등에 무상으로 비트모빅을 지급한 것은, 앞서 본 것과 같이 비트모빅 생태계의 활성화라는 대전제 아래 진행된 후원 활동"이라며 "외부의 부정적 시선들은 새로운 현상을 기존 사고의 틀에서 편리하게 바라보려는 경향이 반영돼 야기된 오해"라고 강조했습니다.
각종 행사를 통해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오태버스 혹은 오태민 작가(대표)에게 들어갔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님을 정히 확인한다"고 단언했습니다.
오태버스와 모비커스, 모빅회관 등의 관계에 대해서도 "모두 독립된 개체"라고 답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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