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유지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여권 최대 리스크로 부상했습니다. 명품가방 수수부터 4·10 총선 공천 개입 의혹까지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반복된 영향인데요.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터질 게 터졌다"며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건희 리스크가 문제"라며 적잖은 비토를 드러냈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미국 연방 상원의원 및 배우자 초청만찬에서 배우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반박에도…국민의힘 의원들 "답답하다"
본지는 지난 5일 <"김건희 여사, 4·10 총선 공천 개입">을 통해 현역 국회의원 두 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 중진이었던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할 것을 요청했으며, 두 사람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존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김 의원은 컷오프(공천 배제) 됐고, 결과적으로 공천이 안 됐는데 무슨 공천 개입이란 말이냐"며 "공천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 기류는 다릅니다. 기자와 만난 국민의힘 A 의원은 대통령실 해명에 대해 "공천이 안 됐다는 게 무슨 말이냐. 진짜 뭐 하는지 모르겠다"며 "미수범도 처벌받는다"고 성토했습니다.
A 의원은 이어 "비선인 사람이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고 있는데, 이렇게 에너지를 소모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여당에서 그동안 했던 노력은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는 또 "국정 성과를 내야 하는데, 공무원들도 열심히 하기보단 남은 2년 대통령 임기 동안 '빨리 지나가라'고 할 것"이라며 " 김 여사 한 사람 때문에 큰 잘못을 하고 있는 거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같은 당 소속 B 의원은 "대통령실의 설명과 별개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그게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며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지방선거와 대선까지 영향 미칠 수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나름의 뚝심이 있고, 연금개혁·의료개혁 등 남들이 가지 못하는 길을 걷고 있는데 김 여사 논란으로 희석돼서 묻혀버리는 형국"이라고 짚었습니다.
B 의원은 "여당 의원으로서 대통령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가짜 뉴스이길 바라는데, 가짜 뉴스라고 하더라도 반복적으로 나온다면 실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김 여사에 대해 (직접적으로) 드릴 수 있는 말은 없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아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C 의원은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더 이상 커져선 안 된다"며 "우리 당이 휘말리는 걸 피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한동훈, 공천 개입 의혹에 사실상 '침묵'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처음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로비에서 열린 긴급 현안 브리핑에서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에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해선 컷오프 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부인했습니다. 공천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다는 겁니다.
다만 비대위원장 시절 관련 내용을 듣거나 보고받은 바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엔 "충분히 답했다"면서 구체적 언급을 피했습니다.
여당 내부에선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김웅 국민의힘 전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만약 김 여사가 실제로 그런 문자를 보냈다면 공천 여부와 관계없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직격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사람들은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라고 보고 있다"며 "실제로 지난 총선 당시 '여사한테 텔레그램 받았다'고 자랑하고 '나는 여기 공천될 거야'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는데 실제로 공천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총선 당시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 김 여사의 해외 출국을 권고했었는데, 바로 이 같은 배경 때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 위원들은 전날 김 여사의 총선 개입 의혹을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하는 '김건희 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새로 발의했습니다.
한동인·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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