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량 줄고 재고는 늘고…시멘트업계, 비상경영에도 '암울'
2024-09-11 15:51:41 2024-09-11 15:51:41
인천 남동구의 한 레미콘 공장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건설경기 장기 침체 여파에 시멘트업계가 신음하고 있습니다. 
 
11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시멘트업계는 생산과 출하 모두 두 자릿수 가량 감소한 가운데, 재고 역시 크게 증가하는 등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일부 업체는 조만간 생산량 조절을 위한 부분적인 설비 가동 중단마저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향후 2~3년 내 출하량은 4000만톤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예측마저 제기됩니다. 연간 출하량 4000만톤은 IMF 외환위기에도 경험한 적 없는 초유의 상황입니다. 이에 국내 시멘트업계는 내부적인 원가절감 등 비상경영을 선포하는 사례 또한 이어지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가 발표한 상반기 시멘트 생산과 출하, 재고 실적을 살펴보면  상반기 생산은 전년동기 대비 약 13% 감소한 2274만톤에 그쳤으며, 출하 역시 약 12% 감소한 2284만톤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에 재고는 출하감소에 따른 영향으로 약 16% 증가했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이러한 실적 악화는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결과"라면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하락세에 업계 내에서도 적잖게 당황하는 분위기"라고 밝혔습니다.
 
건설 경기 관련 선행지표도 전년 대비 감소하는 등 악화일로입니다.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월간 건설경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축 착공 면적은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허가 면적은 18.7%, 수주는 8.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월 기준 건설 수주는 전년 대비 15.4% 증가했지만, 시멘트 내수의 관건인 아파트 등 민간 부문 신규주택 수주는 50.2% 감소해 시멘트 업계에서는 회복세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협회 관계자는 "주요 건설 선행지표가 이제 막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해도 본격적인 시멘트 수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약 1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멘트 업계는 잇단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올해 상반기 실적이 개선됐지만, 하반기부터는 매출 감소와 이익률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유연탄과 함께 시멘트 제조원가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요금까지 하반기에 인상되면 낙폭은 더 커지고 장기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웃 일본 시멘트산업의 쇠퇴를 보면서 국내시멘트업계도 ‘저성장의 그늘’을 빨리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실적은 지난해 하반기 가격 인상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하고,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매출 감소와 이익률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연간 1억톤이 넘던 일본의 시멘트 내수가 이제는 4000만톤 이하로 추락했듯, 국내 시멘트 내수도 4000만톤 이하로 떨어질 것을 상정해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위기상황을 상정해 세우는 계획)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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