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효과 '허상')③대기업, 배당확대...사회환원 효과 있나
현대차, 밸류업 고려해 주주환원 대폭 늘리기로
24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 공개
자사주 소각, 주식 유통량 줄여 '주당순이익' 증가
2024-09-23 17:24:52 2024-09-23 23:50:09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와 LG 등 국내 주요기업들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참여를 잇달아 공식화하고 있습니다. 배당금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하는 게 주요 골자입니다. 정부는 과거에도 기업들이 사회환원금을 늘리면 세제혜택을 줬던 바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환원이 주로 배당에만 집중되면서 일자리나 동반성장 등 본래 정책 취지가 훼손됐습니다. 배당 감세는 지배주주 이익에만 집중될 유인이 컸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다시 배당 감세로 집중되는 밸류업 정책을 내놓자 비판적 시각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사주를 소각해야 주식 수가 줄면서 주주가치가 제고된다고 제언합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시가 총액 5위인 현대차가 밸류업을 고려한 주주환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습니다. 비금융권에서 밸류업 기준을 구체화한 계획안을 제시한 것은 처음입니다.
 
현대차는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대대적인 밸류업 추진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내년부터 3년간 배당을 25% 늘리고 자사주 약 4조원을 매입해 일부는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주주는 순이익의 35%를 돌려받습니다. 이 계산대로라면 현대차의 연간 배당금은 주당 1만원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LG와 포스코그룹 등 대기업들도 밸류업에 합류합니다. LG그룹 자사주인 LG는 4분기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다고 공시했습니다. 11월부터 총 5000억원 규모의 LG전자(2000억원, 약 203만4000주)와 LG화학(3000억원, 95만7000주)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2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포스코 그룹은 2026년까지 수익성이 낮은 사업과 불용 자산 정리 등의 구조 개편으로 현금 2조 6000억원을 확보해 일부를 주주환원에 활용할 방침입니다.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대표는 "향후 3년간 교환사채 예탁분을 제외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는 등 강력한 주주 환원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주주친화 정책 '양날의 검'
 
정부의 밸류업 정책 기조에 따라 여느 때보다 주주친화 정책을 알리는 데 기업들이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밸류업에 따른 인센티브는 배당확대를 유도하지만, 투자를 통한 자산가치 상승도 주주가치 제고 방법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부는 24일 기업가치 성장이 기대되는 상장사들을 선별해 지수로 나타내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인센티브 차원 제공하는 지수로, 지수 편입에 고려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표는 △주주환원(현금배당·자사주) △자기자본이익률(ROE)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이 있습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방법으론 주주환원이 있습니다. 주주환원은 기업이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다양한 방법을 의미합니다. 주주가 기업에 투자한 자본에 대한 보상을 제공해 주주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주주환원은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요. 장점 중 하나로 배당금 지급이 있습니다. 기업이 이익의 일부를 주주에게 배당금 형태로 지급하는 것인데요. 정기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습니다.
 
자사주 매입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기업이 자사의 주식을 시장에서 매입해 유통 주식 수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상승시키고, 주주에게 주당 이익(EPS)을 증가시켜 주주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반면, 단점도 있습니다. 기업 재투자 여력이 감소하면서 사회환원에 효과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주주환원에 많은 자금을 사용하면, 기업이 성장과 발전을 위한 재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는데요. 특히 연구개발(R&D)이나 신규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줄이게 돼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저해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과거 환류세제처럼 기업의 사회환원이 배당에만 쏠릴 우려가 있습니다. 
 
한국의 밸류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주와의 지속적인 소통과 기업별 상황에 맞는 주주환원 정책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사주 매입이 기업 가치 제고 효과를 내려면 기업이 가진 내재가치보다 주가가 낮고, 기업이 자사주를 사는 것 말고는 투자할 데가 없는 상황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발행 주식 수를 줄인다고 기업 가치가 높아지지 않으며, 단지 주당 가치만 높아질 뿐"이라며 "내재가치보다 높게 자사주를 매입하면 장기 투자자들은 불이익을 보고, 이들의 부가 주식을 팔고 떠나는 단기 주주들에게 이전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해외 생산기지 이탈에 대한 문제점도 있습니다.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면 국내에서의 생산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국내에서의 고용이 줄어들어 일자리 부족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뉴시스)
 
"강제성 없어 기업 참여율 저조"…밸류업 공시 기업 10곳 안돼
 
전문가들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강제성이 없어 기업 참여율이 저조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한지 약 4개월이 지났지만, 실제 밸류업 공시를 한 기업은 10곳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 가이드라인의 특징은 △자율성 △미래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이사회 책임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핵심은 자율성으로 상장기업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여부를 비롯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도 자율적으로 수립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경우 기업가치 제고 우수기업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및 시장의 평가 및 투자 판단 지원을 통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합니다. 하지만 강제성이 빠진 것에 이어, 핵심 유인책인 세제지원 방안도 구체적으로나오지 않으면서 시장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소득세, 배당세도 있는데 금투세까지 추가하겠다고 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의 밸류업에 있어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자사주 소각은 주식의 유통량을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증가시키고,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는 "자사주를 소각해야 주식 수가 줄면서 주주가치가 제고된다”며 “배당을 하면 배당세를 내게 되는 등 투자여력이 감소한다. 따라서 (밸류업 차원에서)자사주 소각이나 주식 소각이 주주들에게 가장 좋다”고 제언했습니다.
 
소극적인 주주환원과 낮은 자본 수익률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줄 수 있어 가장 대표적인 기업 밸류업 정책 중 하나인데요. 미국 등 주요국 증시 상장사들은 자사주 소각을 배당보다 주가 부양 및 안정 효과가 큰 주주환원 정책이라고 보고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애플은 2022년 9월 약 855억달러(약 102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상당량의 자사주를 소각해 주가를 부양하고 주주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한 바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가를 안정시키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6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이중 상당 부분을 소각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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