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22일 윤 대통령의 체코 공식 방문에 동행한 뒤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국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김건희 리스크'가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연말정국까지 휘몰아칠 전망입니다. 특히 야당에선 김 여사를 포함해 관련자들을 잇달아 증인으로 채택하며 김 여사 의혹에 대한 고강도 압박을 벼르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김 여사 관련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으며 긴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국감 증인에 김건희·최은순 채택…특검법 재표결도 이슈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건희 국감'이 될 가능성이 높은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김 여사 리스크' 때문입니다. 현재 이른바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상병 수사외압·양평고속도로 특혜·명품가방 수수·주가조작 의혹)에 더해 '공천 개입' 의혹까지 터져 나온 상황인데요. 민주당은 단독으로 '명품가방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천개입 의혹'으로 김 여사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도 주가조작 사건 관련 법사위 증인으로 채택됐습니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천 개입 의혹은 최근 들어 점점 더 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입니다.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2심에서 '전주' 손모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며 다른 전주인 김 여사도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습니다. 전날엔 주가조작 사건의 '2차 주포' 김모씨가 공범에 전달하려고 쓴 편지가 공개돼 논란이 됐는데요. 편지에는 '잡힌 사람들은 구속기소가 될 텐데 내가 가장 우려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울 수도 있고' 등 김 여사만 처벌을 피하는 상황을 걱정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본지가 지난 5일부터 보도한 윤 대통령 내외의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도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명태균씨가 2022년 6·1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인연을 활용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또 명씨가 지난 4·10 총선 때도 김 여사의 연락을 받고 김 전 의원의 지역구 변경을 주도한 정황도 나왔습니다.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의원과 명씨는 법사위 증인으로 채택됐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이들을 증인으로 불렀습니다.
두 번째로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국회 재표결 문제도 이번 국감이 '김건희 국감'이 되는데 한몫할 전망입니다. 현재 민주당 등 야권은 각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김건희 특검법을 지난 19일 일찌감치 통과시켜 놓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관건은 특검법의 재표결 시점입니다. 야권은 국감에서 김 여사 관련 문제를 증폭시킨 후 여론의 추이를 본 뒤 재표결 시점을 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재표결 통과 요건을 넘기지 못하더라도, 국감 기간 김 여사 문제에 대한 대대적인 여론전으로 향후 국민의힘의 이탈표를 어느 정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출범식 및 1차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무대응 일관하지만…영남 '특검법 찬성' 여론 부담
그러나 윤 대통령은 김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에도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며,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본지가 지난 19일자로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추가로 보도한 데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도 보도 이후 4일이 지나서야 처음 나왔습니다. 다만 이마저도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이 선명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당사자들이 다 부인하는 상황"이라며 "추가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또한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민주당이 재차 특검법을 발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특검법 강행→대통령 거부권 행사→재표결→법안 폐기'의 악순환을 반복하며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더욱 고조될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여론도 찬성 응답이 60%를 넘어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재차 대응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날 공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 결과(9월23~25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전화 면접)에 따르면, 특검법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65%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보수진영의 핵심 지지 기반인 영남에서 특검법 찬성 응답이 60%에 달했습니다.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서 각각 58%가 특검법에 찬성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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