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여론조사 조작 의혹…'정권 정통성'마저 흔들
여론조작 의혹 기정사실로…"윤 대통령 해명할 때"
2024-10-15 17:50:04 2024-10-15 17:50:04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명태균씨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했습니다. 명씨 과거에도 여러차례 여론조사를 조작해 처벌받은 이력이 있는데요. 지난 20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조작 정황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여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공표용 여론조사'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만약 모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윤석열 정권의 정통성까지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유불리 따라…지지층 표본 '곱하고 늘리고'
 
본지는 15일 <"윤석열이 홍준표보다 2% 앞서게 해주이소">를 통해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씨가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자체 여론조사를 하면서, 윤석열 당시 후보의 지지율이 홍준표 대구시장보다 2~3%포인트 높게 나오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본지가 확보한 통화녹음 파일에 따르면, 명씨는 국민의힘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9월29일 여론조사 실무자인 강혜경 씨에게 전화를 걸어, 하루 만에 2000명 이상의 응답자를 인위적으로 뽑아내라고 주문했습니다. 
 
강씨에 따르면, 진행하던 여론조사를 멈추고 응답 표본을 곱하기해 가짜 통계를 뽑아내는 '조작'이었습니다. 단시간에 2000명 이상의 응답자를 추출하는 건 쉬운 일도 아닐뿐더러, 20·30대 표본은 확보 자체가 어려운데요. 이에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젊은 층 표본'만 인위적으로 키워 명씨 의도에 맞췄다는 겁니다. 당시 젊은 층은 윤 대통령보다 홍 시장을 더 선호했습니다.
 
해당 여론조사는 '미공표 자체 조사'로 결과는 명씨 뜻대로 나왔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2021년 9월29일 조사·전국 성인 남녀 2038명 대상·RDD ARS 무선100%)를 보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적합도에서 윤석열 33.0%, 홍준표 29.1%, 유승민 12.4%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윤 대통령과 홍 시장 간 격차는 3.9%포인트로, 명씨가 말했던 2~3%포인트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경선에 참여했던 홍 시장이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명씨가 경선 때 윤 후보 측에 붙어 여론조사 조작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입니다.
 
비슷한 정황은 또 다른 보도에서도 확인됩니다. <CBS노컷뉴스>가 노종면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2022년 2월28일 통화 녹취에 따르면, 명씨는 통화에서 "이게 연령별 득표율을 하면, 더 60세나 이런 데 다 올라가지? 윤석열이가"라고 묻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A씨가 "네"고 답하자 명씨는 "그거 계산해 갖고 넣어야 된다"고 말합니다.
 
미래한국연구소가 같은 날 '20대 대선'을 주제로 벌인 전국 단위 자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미공표용)를 보면 '실제 인구 구성비'를 적용한 통상적인 여론조사 결과와 별개로 '19대 대선 투표율 가중치'를 적용한 분석값이 나옵니다. 
 
이 가중치를 적용하면, 명씨 말대로 50~60대의 샘플 비율은 늘어나고 20~40대의 샘플 비율은 줄어드는 결과가 나옵니다. 결괏값을 보면 통상적인 조사 방식과 비교했을 때, 윤 대통령 지지율의 상승폭이 가장 컸습니다.
 
또 해당 보도에선 명씨가 A씨에게 "이번 일 끝날 때까지만 고생해달라. 휴가를 한 일주일 가든지"라며 "다 챙겨주라 하더라"라고 언급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챙겨주라'고 한 제3자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마치 지시받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입니다. "누군가의 지시나 대가 없이 스스로 조사해 왔다"는 명씨의 해명과 배치되는 대목입니다.
 
결국 명씨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반복적으로 여론조사 데이터를 손보면서, 노골적으로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만든 겁니다.
 
50번 중 49번 '윤석열 1위'…'공표 조사'에 쏠리는 눈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명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명씨는 대선 경선 때부터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치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대선 때도 영향력을 유지한 걸로 보인다"며 "그 영향력의 절정은 3억6000여만원의 여론조사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러니 명씨가 의혹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는데도, 대통령 부부는 아무런 대응을 못하고 지켜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며 "나경원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권 관계자들도 명씨가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했습니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지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명씨가 실무자에게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했다"며 "공천개입 의혹에 이어 여론조사 조작 증거까지 나온 것"이라고 쏘아붙였습니다.
 
이어 "국민은 지난 대선 결과가 조작된 여론조사에 의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명씨가 '미공표'뿐 아니라 '공표' 여론조사에까지 손을 쓴 게 아니냐는 건데요. 명씨는 대선 1년 전부터 여러 언론사와 함께 50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50차례의 조사는 모두 PNR(피플네트웍스 리서치)이란 ARS 조사업체가 맡았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50번의 조사 중 무 49번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당시 PNR 조사는 '윤석열 1위 여론조사'로 불렸습니다. <조선일보>조차 2021년 7월12일자 ('윤석열 1위' 여론조사, 돌연 중단…"與지지자 항의 전화 쏟아졌다") 기사를 통해 PNR 조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대선 1년 동안 다른 업체의 조사에선 윤석열·이재명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했습니다. ARS보다 응답률이 높은 전화면접을 하는 <한국갤럽> 조사가 대표적인데, 25회 조사 가운데 이 후보가 앞선 건 15회였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관계자는 "공표 여론조사의 경우, 모든 조사를 면밀하게 심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과 기준에 맞는지 표면적으로 1차 확인하고, 이의 신청 또는 모니터링 결과에서 위반 사안이 발견되면 추후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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