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연일 요동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당선 확정 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와중에도 '트럼프 수혜주'로 불리는 일부 종목은 꾸준히 사들이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주요 대형주와 지수 추종주에 배팅하며 증시 반등을 기대 중입니다.
증시 반등 속 외인-개미 투자성향 차이 뚜렷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은 전거래일 대비 각각 2.16%, 0.60% 상승 마감했습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연일 하락세를 보이다 8거래일 만에 모처럼 반등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지난 6일 이후 외국인·개인·기관 투자자들의 주식 매매 동향을 보면, 외국인은 1조7233억원 규모를 순매도한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2345억원, 1973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트럼프 리스크와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 높은 환율 등으로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던진 주식을 개인과 일부 기관이 받아낸 결과입니다.
그 결과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주식비중은 연중 최저 수준인 32.3%까지 하락했습니다. 연초 32.7%에서 지난 7월 36%대까지 늘었다가 8월엔 34%로 꺾였고 다시 9월엔 33%대를 기록하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주가는 11월 들어 11% 이상 상승했고, 삼성중공업도 24%나 크게 올랐습니다. 외국인 순매수 종목 중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대부분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네이버 주가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내년 이익증가율은 상대적으로 좀 높은 편"이라면서 주가 반등을 기대한 매수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공개한 AI 기반 서비스와 개인화된 쇼핑 전략이 네이버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며 "쿠팡과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 부담에도 실적과 트래픽은 주가가 고점을 찍었던 지난 4~5년 전보다 더 강력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400원대의 높은 환율 국면이 이어지다보니 외국인이 주식을 순매도하는 기조도 이어지고 있는데, 그렇다고 한국 증시를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수급 부담이 없고 이익이 양호한 업종을 고르면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2기, 방산·조선 수혜 기대
조선업 또한 트럼프 정권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집니다. 중국과의 갈등 속에서 쇠락한 미국 조선사들이 한국과 협력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화오션은 최근 미국 해군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수주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 삼성중공업, 한화오션과
HD현대(267250)미포,
HD현대중공업(329180) 등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팔았던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2차전지는 피하는 게 좋다"면서 "반면 4분기 실적이 상향 조정되고 있는 유틸리티, 방산, 조선 등은 관심 대상인데, 매크로 환경이 급변하는 과정에선 언제나 그렇듯 실적이 안전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 기관에 구조 요청
외국인의 한국 증시 이탈이 이어지면서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등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18일 증시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기관투자자들의 역할을 당부했습니다. 외국인에 의한 수급 변동성이 큰 상황인 만큼 기관투자자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역할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은 시장 안정화를 위한 일환으로 이번주 밸류업펀드 2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해당 펀드는 한국거래소와 한국증권금융,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금융투자협회 등 5개 기관이 1000억원, 금융회사가 1000억원을 출자했습니다. 추가로 3000억원 규모의 2차 펀드도 조성할 계획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주식시장의 불안감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국내·외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과제를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의 당선은 한국 증시에 큰 파장을 미치고 있으며, 외국인과 개인은 상반된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의 대응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주목됩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증시 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2024.11.18.(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