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산층 시대"…국면전환도 'MB 판박이'
'친서민·중도실용' 앞세우자…MB 지지율 '20%→40%대' 껑충
2024-11-22 17:23:53 2024-11-22 17:23:53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12일 대통령 관저에서 만찬에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국정의 새 화두로 '양극화 타개'와 '새 중산층 시대'를 제시하며 국면 전환에 나선 것은 여러모로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행보와 닮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취임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로 지지율 부진에 시달렸던 이 전 대통령은 임기 2년 차에 '친서민·중도실용 노선'으로 국정기조를 전환하며 반전 모멘텀을 마련했습니다. 조기 레임덕(권력누수) 위기에 빠진 윤 대통령이 국정 어젠다를 재설정하며 'MB 벤치마킹'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이 전 대통령 때와는 달리 '극단적 여소야대'의 국회 환경이 한계점으로 꼽힙니다.
 
레임덕 위기 봉착하자…윤, '국정 어젠다' 재설정
 
윤 대통령은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제56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임기 후반부 국정운영 기조로 양극화 타개를 제시하며 이른바 '신 중산층 시대의 개막'을 알렸습니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통합위원회 분과위원장들과의 오찬을 통해 양극화 해소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양극화 타개와 신 중산층 시대를 내세운 것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국정 지지도가 10%대로 떨어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지도 부진은 국정운영에 힘이 붙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앞으로 2년 반의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더 늦기 전에 국면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이러한 국면 전환 방식은 이 전 대통령과 판박이입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을 자초하면서 지지도가 급락했는데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했다가 '불통'과 '독선'이란 낙인이 찍혔는데요. 2008년 당시 <조선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기간(2008년 5월2일~8월15일),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선을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촛불시위가 끝난 후에야 지지율이 소폭 반등하며 20%대 중반으로 올랐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반전에 성공한 건 임기 2년 차 중반에 '친서민·중도실용' 국정 기조로 전환했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오는데요.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8월15일 당시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라는 정책 기조는 이명박정부 내내 실천하고 대한민국이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이어 "분열과 갈등을 뛰어넘어 화합과 구심력을 만들어내려면 중도 실용의 길을 따라가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친서민 중도 실용'으로 제시한 것인데요. 이전까지 '부자'와 '보수'에 편중됐던 정책을 '서민'과 '중도'를 향한 정책으로 바꾸겠다고 이 전 대통령이 선언하자, 민심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20%대에 머물던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친서민 행보로 임기 2년 차 말에는 40%대 중반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 MB 벤치마킹…인사도 정책도 '닮은꼴'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반환점을 맞는 시점에 10%대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극히 이례적입니다. 연이은 지지율 하락으로 사실상 '통치 불능' 상태에 접어든 것이란 평가도 나오는데요.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으로 최근 11월2주차, 11월3주차 조사에서 20%선을 간신히 지켰지만,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입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현 상황에서 민심이 더 악화할 것을 우려해 윤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국정기조 변화'란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4·10 총선 패배 이후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았다"며 현 국정운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과 비교하면 향후 다소 변화가 예상됩니다.
 
사실 윤 대통령은 인사 기용과 정책 기조 면에서 이 전 대통령과 판박이란 평가가 잇따랐는데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명박정부 출신이고,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명박정부 청와대의 통일비서관을 지냈습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명박정부 청와대의 대외전략기획관으로, 윤석열정부 출범 때부터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요.
 
정책적으로 윤 대통령의 한·미·일 협력 강화와 한·일 관계 복원 등도 이 전 대통령의 대외정책과 '닮은 꼴'입니다.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은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는데요. 여기에 윤석열정부의 부자감세 기조도 이명박정부 비슷하고,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비롯해 최근 중앙아시아 순방도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를 답습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두 사람의 결정적 차이는 압도적 여당이 받쳐주던 이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은 현재 극단적 여소야대의 국회 환경에 처해있다는 점인데요. 또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주요 위기 요인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하나였다면,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문제부터 경제 문제까지 동시다발적 위기 요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야당과의 협치 없이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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