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내가 맡긴 권력이 그 권력과 예산을 제대로, 우리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쓰라고 여러분도 요구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말을 안 들으면 혼을 내야 한다."(이재명 민주당 대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과연 현실을 제대로 보는지, 달나라 대통령인지 대단히 우려스럽다."(김동연 경기도지사)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1일 수원에서 만났습니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후 첫 대면입니다. 둘의 만남은 윤석열정부 실정을 비판하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우려를 불식하는 한편 민주당 원팀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은 김 지사가 비명(비이재명)계를 규합해 플랜B 시동을 거는 듯한 행보에 비토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못골종합시장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김동연, 수원 전통시장서 상인 만나고 간담회
이 대표와 김 지사는 이날 수원시 팔달구 못골시장과 영동시장을 돌아봤습니다. 두 사람은 점포에서 음식을 시식하는가 하면 상인·행인과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상인들과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오후엔 영동시장 사무실 대강당에서 열린 '지역사랑상품권 국고 지원을 위한 전통시장·소상공인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이 대표는 "(경기도가) 고향 같아서 너무 푸근하고 좋지만, 삶의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여러분을 보니까 참 면목도 없고, 죄송하기도 하고 그렇다"며 "다수의 국민이 잘 사는 나라가 좋은 나라"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석열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을 계속 줄이고 있다. 올해도 예산 편성에서는 0원"이라며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 온누리상품권 예산을 지역화폐로 하면 안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또 "소상공인 정책이든, 자영업자 지원 정책이든, 지역 경제, 골목 경제를 살리는 정책이든 정치에서, 또 권력을 가진 행정부에서 그걸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제대로 하게 만드는 게 여러분 스스로를 위한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맡긴 권력이 그 권력과 예산을 제대로, 우리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쓰라고 여러분도 요구해 주기를 부탁드린다"며 "말을 안 들으면 혼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에 있었던 국민 담화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고, 몇 달 전에는 우리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했다"며 "과연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인지,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달나라'의 대통령인지,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경기도는 민생 살리기, 경제 제대로 살리기에 함께 힘을 합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1일 경기도 수원시 못골종합시장을 방문해 호떡을 시식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징역 1년 선고' 후 첫 지방일정…김 지사와도 첫 대면
이 대표가 수원 전통시장에서 현장 간담회를 한 건 지난달 31일 인천 강화군에서 북한 대남방송 소음피해 주민과 만난 후 20일 만입니다. 특히 이번 일정은 이 대표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후 첫 지역 방문입니다. 1심 선고 이후 김 지사를 만난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경기도에 따르면, 김 지사가 수원 못골시장 등을 방문하는 일정을 잡은 건 민주당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가 이날 전통시장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김 지사도 동행해 달라고 연락이 왔다는 겁니다.
이는 이 대표가 자신의 유죄 판결로 인한 당내 분열 가능성을 '원팀' 이미지로 불식하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징역형이 확정되면 10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됩니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갈 수가 없게 되는 겁니다. 민주당 대권 주자 경쟁에서 이 대표가 빠지게 되면서 비명계에 기회가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특히 김 지사는 비명계 정치인들을 경기도청으로 모으면서 차기 주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에 이 대표와 민주당으로서는 '친명(친이재명)계'·이 대표 지지자들과 비명계 사이에 형성된 갈등을 해소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실제로도 이 대표와 김 지사는 이날 행사에서 같이 다니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1일 경기도 수원시 영동시장 사무실 대강당에서 열린 '지역사랑상품권 국고 지원을 위한 전통시장·소상공인 간담회'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재명 지지자들 "죽지 않는다" 연호…김동연엔 "뻔뻔하다"
현장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은 연신 '이재명'을 연호했습니다. 이들은 "이재명 화이팅", "대표님 힘내세요", "대통령 이재명",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야당 탄압, 검찰 스토킹 중단', '내가 민주당이고, 내가 이재명이다'라는 피켓을 든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반면 김 지사에 대해선 강한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이 대표를 기다리기 위해 먼저 와 있던 김 지사를 향해 "김동연 정신 차려라", "뻔뻔스럽다", "이제 안 찍어", "저 인간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밭갈이' 하느라 힘들었는데 (이제)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경기 수원=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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