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휴전안이 26일(현지시간) 타결됐습니다. 양측 간 전쟁이 발발한 지 13개월 만입니다.
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저녁 이스라엘 안보내각은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와 휴전하는 방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0명, 반대 1명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이로써 27일 오전 4시부터 60일 동안 양측의 공습과 교전이 중단됩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기습당하고 헤즈볼라와 교전을 시작한 지 13개월 만에, 좁게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서 지상전에 돌입한 지난 9월 이후 2개월 만에 양측의 포성이 멎게 되는 겁니다.
이번 휴전안은 미국이 제시했는데요. 휴전안에는 휴전 기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고, 헤즈볼라의 중화기를 이스라엘 국경에서 약 30㎞ 떨어진 레바논 리타니강 북쪽으로 물리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어 국경 지대에는 레바논 정규군 수천명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휴전안의 이행을 감시·관리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위원회도 설치하는데요. 이스라엘과 긴장 관계였던 프랑스도 위원회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연설을 통해 "레바논에서의 휴전은 이란의 위협에 집중하고, 우리 군을 쉬게 하고, 하마스를 고립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밝혔습니다. 이어 "헤즈볼라가 합의를 깬다면 우리는 이들을 공격할 것"이라며 "헤즈볼라가 국경 부근 테러 시설을 재건하거나, 로켓을 쏘거나, 땅굴을 파거나, 미사일을 실은 트럭을 몰고 오면 우리는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 발표 직후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가 신속하게 움직여 휴전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국제사회는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긴급 영상 연설에서 휴전안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휴전 합의를 받아들였다"며 "향후 60일간 레바논군이 자국 영토를 다시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협상을 중재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란도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끝났다는 소식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합의는 지난 1년여간 무력 충돌로 점철된 중동 정세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당장 이스라엘과 하마스와의 가자전쟁에도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됩니다.
다만 이스라엘은 여전히 하마스를 더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받아들이는 3번째 이유로 '하마스 고립'을 언급하며 "우리는 인질 석방이라는 성스러운 임무 달성을 위해 하마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변수는 내년 1월 집권하게 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동 정책 방향인데요. 네타냐후 총리와 친밀한 관계를 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중동 정책 기조에 따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역학 구도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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