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올해 들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미청구 공사금액이 증가하면서 재무 건전성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이 늘어난 데다 조합과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인데요.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SK에코플랜트·HDC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의 올해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미청구공사액은 19조5932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공사액은 작년 말(17조5444억원)보다 11.68% 증가한 수준입니다.
미청구공사는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했지만 발주처에 공사비를 청구하지 못한 금액을 말하는데요. 회계상으로는 유동자산으로 분류되지만 인식한 수익만큼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면 대손상각비로 처리되면서 손실 전환 가능성이 크죠. 10대 건설사 중 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를 제외하고 모두 미청구공사액이 늘어났습니다.
삼성물산의 미청구공사액은 지난해 말 1조8444억원에서 올해 3분기 2조7331억으로 48.18% 증가했습니다. 평택 FAB 3기 신축공사(3647억), 평택 P4 신축공사(1359억) 등 대부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사업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HDC현대산업개발은 9823억원에서 1조3083억원으로 미청구공사가 33.19% 늘었는데요. 공사비 갈등이 있었던 둔촌주공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3781억원), 잠실진주아파트재건축(2314억원) 등이 포함됐습니다.
미수금 규모가 가장 큰 현대건설은 트남 꽝짝1 화력발전소(2745억원), 파나마 메트로 3호선(1944억원), 사우디 마잔 가스처리 공장 부대시설(2648억원) 등에서 주로 해외 프로젝트에서 미청구공사가 발생했습니다.
미청구공사는 건설사 현금흐름을 둔화시키는 주요 요인인데요. 특히 미분양이 쌓일수록 미청구공사가 늘어나면서 건설사의 현금흐름은 저하되죠. 실제로 3분기 개별 재무제표 기준 대형건설사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미청구공사액 증가율이 30%에 달한 롯데건설의 3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 551억원에서 올 3분기에 -2359억원으로 바뀌었습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쌓이고, 공사비를 두고 마찰을 빚는 사업장이 증가하면서 건설사들의 미청구 공사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시행사가 자금난을 겪고 있어 발주처인 시행사로부터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거든요. 시행사가 무너지면 보증을 선 건설사가 부실 사업장을 떠안아야 하죠.
다만 시장에서는 PF리스크와 이익 불확실성으로 건설업계가 고전했지만 2025년부터 주택시장이 시차를 두고 개선되면서 미분양 물량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하는데요.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예정된 입주물량이 급감할 예정으로, 주택매수심리를 자극하며 미분양 물량의 소화를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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