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부정총선' 규정했다…계엄군, 중앙선관위 장악 목적 드러나
김용현 "대통령 뜻,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 관련 수사의 필요성"
'국회 무력화-부정선거 확인-국회 해산-재선거' 시나리오도 제기
홍장원 국정원 1차장 "윤 대통령, 이번 기회에 싹 잡아들이라고"
2024-12-08 11:54:56 2024-12-08 11:54:56
[뉴스토마토 박현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약 3분 뒤, 계엄군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했습니다. 이는 보수 유튜버 사이에 나도는 '4·10 총선 부정선거' 의혹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윤 대통령이 친위 쿠데타에 성공했을 경우를 상정해, 부정선거 의혹을 지렛대 삼아 22대 국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총선을 기획하려고 했다는 것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입니다.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계엄군 선발대 10명은 지난 3일 밤 10시30분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선관위 정보관리국 산하 통합관제센터에 진입했습니다. 통합관제센터는 4·10총선 '부정 선거'를 주장하는 일부 유튜버나 보수단체들로부터 수사 대상으로 지목돼 온 곳입니다. 계엄군 진입은 윤 대통령이 같은 날 밤 10시27분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3분여 만에 이뤄졌습니다. 계엄군은 사전에 계엄 사실을 알고 선관위로 이동했던 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이미지=대통령실 제공)
 
계엄군 선발대는 IT·사이버 전문 요원이 포함된 국군방첩사령부 소속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입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로 대표적인 '충암파'입니다. 올해 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방첩사에서 있었던 '충암파 4인 비밀회동' 때 친위 쿠데타를 함께 모의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입니다.
 
선관위에 진입한 계엄군 선발대는 야간 당직 근무 중이던 선관위 직원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구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일 새벽 12시30분 110여 명이 선관위 과천 청사에 추가 투입됐습니다. 비슷한 시간 경기도 수원 선관위 연수원에 130여 명, 서울 관악구 여론조사심위위원회에 47명이 배치됐습니다. 모두 297여명 계엄군이 헌법기관인 선관위를 장악한 겁니다.
 
친위쿠데타 기획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 '4·10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자인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선관위에 왜 계엄군을 투입했느냐'는 물음에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 관련 수사의 필요성 판단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뜻이었느냐'는 물음에도 "예"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많은 국민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향후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스템과 시설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가 있어 철수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전 장관의 말을 풀이하자면, 계엄군이 국회 장악에 성공했다면 선관위 데이터까지 확보해 4·10 부정선거 의혹을 사실로 '확인'했을 거라는 말입니다. 그럴 경우, 윤 대통령 입장에선 22대 국회 해산시킬 명분과 친위쿠데타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해석됩니다.
 
계엄군이 지난 3일 밤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진입하고 있다.(이미지=뉴스타파)
 
실제 윤 대통령은 국회를 장악하고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정치인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국회 무력화-부정선거 확인 시간 확보-22대 국회 해산-재선거' 수순의 포석으로 읽힙니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신성범 정보위원장을 만나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습니다. 홍 차장이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전해 들은 체포 대상자는 우 의장,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박찬대 원내대표·김민석 수석최고위원·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방송인 김어준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었습니다.
 
국회는 4일 새벽 1시쯤 본회의를 열어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령에 대한 해제 요구안을 가결시켰습니다. 이로써 첫 친위 쿠데타 시도는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나온 일부 언론 보도는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을 사실로 믿었다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중앙일보>는 '[단독] "지난 2년간 선관위 해킹 공격 8번, 그중 7번 北 소행"' 제목의 기사에서 한 여권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지난 2년간 7차례 해킹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선관위가 국정원의 보안 컨설팅 권고를 거부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얼토당토않은 음모론에 빠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대통령은) 그냥 미치광이 부정선거론자"라며 "군대를 동원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뒤지면 된다고 생각한 거고 그러면 국민들도 내가 이런 큰 엄청난 거(부정선거)를 밝혀냈으니 저 사람들은 국회의원이 아니고 국회를 해산하는 걸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일 섬뜩한 거는 당연히 부정선거가 증거가 안 나올 거 아닙니까? 그랬으면 조작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일정 시간을 두고 부정선거가 아닌 제대로 된 재선거를 하겠습니다(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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