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경제적 혼란이 커지는 가운데 밥상 물가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곡물자급률이 하위권인데다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으로 내수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지는 실정이었는데요. 여기에 고환율 고착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식량가격이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한층 가중될 전망입니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양정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근 3개년(2021~2023년) 평균 곡물자급률은 19.5%로 10여년 전 대비 10%포인트 이상 하락했습니다. 곡물자급률은 사료용 곡물도 포함돼 식량자급률보다 훨씬 낮은 경향을 보입니다.
특히 우리 먹거리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밀과 옥수수의 경우 곡물자급률이 0%대이며, 콩도 한 자릿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상 이들 주요 곡물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세계식량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7.5로 전월 대비 0.5% 상승했습니다. 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해 나타낸 수치인데요.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유지류의 경우 164.1로 7.5% 올랐는데요. 팜유 가격은 강우 여파로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또 유제품 가격지수도 0.6% 오른 139.9를 기록했습니다. 분유 가격은 수요 회복과 서유럽 우유 생산 감소로 올랐고, 버터와 치즈 가격은 수요 증가로 상승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낮은 식량자급률로 인해 식품 원재료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요. 여기에 고환율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먹거리 물가 폭등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입니다. 일반 가정 식탁에 오르는 빵, 라면, 고기, 과일 등 먹거리 전반이 수입 원재료 가격 인상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까닭입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만 해도 달러당 1300원대 초반 수준을 형성했지만,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1400원을 넘어서며 불안한 행보를 보였는데요. 이달 초 불법 계엄 및 탄핵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환율은 널뛰기를 반복, 조만간 1450원대를 뚫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는 실정입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탄핵 정국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만큼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도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환율의 경우 이미 높은 1400원대 수준을 형성하고 있는데, 트럼프의 집권 시작과 미국·중국 간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 환율이 1450~1500원 선을 형성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 교수는 "중간재 및 유제품 등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강달러 현상까지 더해질 경우 전반적인 물가 불안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특히 서민들이 쉽게 소비를 줄일 수 없는 먹거리 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은 점이 더욱 큰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인천 부평구 한 농민이 곡물건조기에서 벼 이삭의 상태를 살피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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