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여력 50·60대' 줄었다…늙어가는 한국, 소비도 '뚝↓'
2004~2024년 평균 소비성향 3.6%p↓
기대수명 증가·노동시장 구조 등 원인
2025-04-23 18:07:30 2025-04-24 13:24:07
 
 
지난 3월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국내 민간 소비 여력이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기대수명 증가로 인해 구매력이 큰 50~60대의 지갑 여는 속도가 둔화되고, 경제 허리격이자 교육비 지출로 평균소비성향이 높은 30~40대 가구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비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데, 인구구조의 변화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인구구조 변화가 민간소비 제약을 넘어 경제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기대수명 늘자 저축 동기 '쑥↑'…평균소비성향 '뚝↓'
 
(그래픽=뉴스토마토)
 
한국개발연구원(KDI) 23일 발표한 '인구 요인이 소비성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2024년까지 20년간 연평균 민간소비는 3.0% 증가하며 연평균 GDP 성장률(4.1%)을 밑돌았습니다. 경제 성장 속도에 비해 국민 소비가 덜 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은 2004년 52.1%에서 지난해 48.5%로 3.6%포인트 떨어졌습니다. 
 
평균소비성향 하락 원인으로는 기대수명 증가가 꼽혔습니다. 기대수명 증가 영향이 전체 평균소비성향 하락치(3.6%포인트) 중 3.1%포인트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지난 20년간(2004~2024년)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77.8세에서 84.3세로 약 6.5세 증가했습니다.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기대수명이 1년 늘어날 때 소비성향은 0.4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은퇴연령에 비해 기대여명이 빠르게 증가할 경우 퇴직 후 여생이 길어지면서 노후 대비 저축 동기가 강화돼 소비성향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비성향은 전 연령대에서 하락했는데 이는 50~60대의 소비성향 둔화가 주효하게 작용했습니다. 60대 소비성향은 지난 20년간 2.0%포인트 내리며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이어 50대 -1.9%포인트, 40대 -1.6%포인트, 30대 이하 -1.4%포인트, 70대 이상 -0.9%포인트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전체 평균소비성향은 7.8%포인 감소했는데 이 중 50~60대 소비성향 하락분이 3.9%포인트에 달합니다. 50~60대 소비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로 이들의 소비 감소가 전체 소비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비 지출로 평균소비성향이 높은 30~40대 가구 감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기대수명 증가세가 둔화되고 소비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75세 이상 초고령층 인구가 늘어나면서 향후 소비성향은 점차 반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KDI는 당분간 소비성향이 하락세를 보이며 2034년 46.3%로 저점을 찍고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가계는 일정한 소비 수준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어 소득이 줄어도 소득이 줄어도 소비는 줄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KDI는 은퇴 시점이 탄력적으로 조정될 수 있도록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구조적 요인을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해소 방안으로는 연공서열 중심의 경직된 임금구조 개선과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강화,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 활성화를 통한 노동시장 내 마찰 요인 해소 등이 제시됐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고령층의 노동 수요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고령 인력의 적절한 활용이 늘어나면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 압력을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구구조 변화에 소비 여력↓…OECD 소비비중 하위권
 
고령화부터 저출산까지 한국은 인구구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출생아는 2만35명으로 1년 전 1만9413명보다 3.2% 늘었습니다. 월별 출생아는 작년 7월부터 8개월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로 미뤄뒀던 결혼식을 치르는 부부가 늘면서 나타난 단기 추세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2월 합계출산율은 0.05명 증가했지만, 여전히 0.82명에 그쳤습니다. 부부가 평생 낳는 아이가 1명이 채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인구는 2019년 11월 이후 64개월째 자연 감소하고 있습니다. 2월 사망자는 3만283명으로 출생아 수를 웃돌면서 2월 인구는 1만248명 자연 감소하는 등 전체 인구는 줄었습니다. 
 
이처럼 출산이 줄고 사망이 늘며 전체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기대수명은 꾸준히 늘어나며 고령화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는 민간소비 제약으로 이어졌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도 지난해 12월 '경제전망 2024~2028'에서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로 소비 여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인구구조가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특히 50대 이상 가구의 소비성향 하락과 '경제 허리'로 꼽히는 40·50대 연령의 가구분포 감소가 전체 소비성향 감소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40·50대의 인구분포를 보면 각각 0.19, 0.23으로 2019년(0.21, 0.25)에 비해 줄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같은 날 발표한 '내수 소비 추세 및 국제비교 연구' 결과에서도 지난 1996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소비 연평균 성장률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소비 성장률은 특정 기간 소비 지출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내수 활력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대한상의도 이 자리에서 내수소비 부진의 중장기 요인으로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와 고령층 소비성향의 감소를 가장 먼저 꼽았습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GDP 중 내수 소비 비중은 2021년 47.1%까지 하락해 최저점을 기록한 후 최근 다시 반등해 2023년 49.9%로 소폭 회복했습니다. 이는 경제규모 1조 달러 이상인 OECD 주요 12개국 중 11위를 기록했으며, OECD 전체 38개국으로 범위를 넓혀도 28위를 기록해 하위권에 속했습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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