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내수에 정국 불안까지…고민 깊어지는 식품업계
"내수 정말 어렵다"…소비 침체에 '한숨'
원재룟값 상승·고환율에 원가 압박↑
성난 민심 불똥 튈라…"가격 인상 어려울 것"
2024-12-11 17:16:48 2024-12-11 17:16:48
서울 소재 한 유통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탄핵 사태로 연말 소비 침체 전망이 나오면서 식품업계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고물가·고금리 기조하에 지속되고 있는 내수 침체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어서입니다. 다시 말해 물건을 팔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원가 상승 압박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기후플레이션에 따른 원부재료 가격 상승에 국내 정세 불확실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환율 변동성마저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안팎으로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당분간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인한 매출 증대를 꾀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매판매액(불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8% 하락했습니다. 올 3월부터 8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음식료품, 의약품, 화장품 등을 포함하는 비내구재의 경우 1년 전보다 0.3% 줄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12월호'를 통해 "상품 소비 부진이 지속되고 서비스 소비도 완만한 증가세에 머무르는 등 소비는 미약한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도 11월 100.7을 기록하며 기준선(100)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비교적 경기 영향을 덜 타는 식품업계도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한 식품 제조사 관계자는 "올해 3분기 주요 식품사 실적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 감소세를 그린 곳이 많다"며 "과거 경기 불황에도 꾸준히 성장해왔다. 추석 명절이 있는 3분기의 매출 감소는 내수 시장이 정말 어렵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해외 K-푸드 인기로 식품기업들이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며 누적 매출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삼양식품과 오리온처럼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 아니라면 내수 뒷받침은 필수입니다. 올 3분기 누적 매출액 기준, 삼양식품과 오리온의 해외 매출 비중은 각 77%, 64% 수준입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시장 확대는 단번에 되는 것이 아니다"며 "결국 내수가 탄탄해야 기업이 버틴다. 경기가 더 어려워지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마트에 상품이 진열된 모습. (사진=뉴시스)
 
원가 오를 텐데…"가격 인상? 꿈도 못 꿔요!"
 
내수 부진으로 제품 판매 여건이 악화되는 것 뿐만 아니라 원가 상승도 식품업계의 큰 고민입니다. 원재료 상승세에 고환율까지 맞물려 향후 원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전언입니다.
 
실제 유엔 식량농업기구(FAQ)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7.5포인트로 전월보다 0.5% 상승했습니다. 국제 밀 가격은 수요 감소와 수확량 증가 등으로 하락한 반면 유지류와 유제품 가격은 올랐습니다.
 
최근 이상 기후로 특정 농산물 수확량 감소가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기후 플레이션'이 만연해진 만큼 원부재료 가격에 대한 부담은 이전보다 더욱 커졌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환율입니다. 지난달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을 확정 지으면서 1400원을 뚫은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굳힌 모습입니다. 이달 계엄과 탄핵 사태까지 터지면서 환율은 고공행진 중입니다.
 
다량의 식품 원재료를 수입하는 한 식품사 관계자는 "최소 6개월 치 원재료는 미리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인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은 없다"면서도 "3~6개월 고환율이 지속되면 그때는 원재료 수입 가격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가 압박 요소가 늘어나지만 당분간 식품업계의 제품 판매가격 상승은 어려울 전망입니다. 판매가 조정은 원가 상승분을 상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사람들의 시선이 다른 곳에 쏠리는 연말과 연초에 가격 인상이 많이 이뤄진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가격 인상이 쉽지 않게 됐습니다. 정치 문제로 어지러운 상황을 틈타 가격을 올리는 기업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 성난 민심이 기업을 향할 수도 있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금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 더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며 "어떤 회사가 그 위험을 감수하고 총대를 메겠느냐"며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식음료는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품목이라 가격 인상에 특히 예민하다"며 "정치권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든 한동안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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