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푸드테크(Food Tech)가 식품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기술·기기 도입과 관련 사업 투자가 활발합니다. 푸드테크 영역은 사람 대신 주문을 받는 키오스크와 테이블 오더부터 음식을 만드는 로봇, 푸드 업사이클링까지 광범위합니다. 식품(Food)에 기술(Technology)을 접목한 푸드테크는 일상생활에도 깊숙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23일 식품·외식업계에 따르면, 최근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조리 로봇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이 운영하는 bhc 치킨은 '튀김 로봇(튀봇)'을 활용하는 매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튀봇을 설치한 매장 수는 지난 7월 6곳에서 이달 초 22곳으로 늘었습니다.
반죽된 재료를 튀봇에 올리면 자동으로 트레이를 움직여 치킨을 조리할 수 있습니다. 튀김 과정에서 바스켓을 자동으로 흔들고, 잔여 기름 자동 제거 기능이 있어 편리합니다. 튀봇을 통해 안전성을 높이고 인건비 절감 등 가맹점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 기기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bhc 치킨 관계자는 "튀봇 도입 가맹점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단순 작업이 줄면서 속도가 빨라져 주문 피크타임 대응이 수월해진 점과 즉시 열기 배출 시스템으로 주방 내부 열기가 감소해 냉방비가 줄어든 부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습니다.
롯데GRS는 지난 2월 롯데리아 구로디지털역점에 패티 조리 자동화 로봇 '알파그릴'을 도입한 데 이어 10월 서울대입구역점에 자동 튀김기 '보글봇'을 배치했습니다.
롯데리아 신김포공항점과 잠실롯데월드몰B1점에 보글봇을 추가 적용할 방침입니다. 내년 1월에는 고도화된 알파그릴 모델을 구로디지털역점에 재배치할 계획입니다.
조리 로봇 도입은 작업 일관성을 유지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동시에 음식을 뜨거운 기름에 튀기고 철판에 굽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 역할도 하고 있죠. 균일한 맛을 중요시하는 식품·외식업계 특성상 이 같은 조리 로봇 도입 각축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지난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박람회에서 한 테이블 오더 업체가 자사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기업 인수하고 브랜드 론칭
푸드테크 시대를 일찌감치 간파한 기업들은 너도나도 해당 영역에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푸드테크 기술을 도입·개발하는 것은 물론 푸드테크를 적용한 외식 브랜드 유치에 발 빠르게 나서는 등 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은 푸드테크 사업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향후 식품산업 경쟁력은 푸드테크 도입 여부에 있다고 판단한 김 부사장은 첨단기술 적용을 추진해 왔는데요.
지난 2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외식 부문 자회사 더테이스터블의 사명을 '한화푸드테크'로 변경하고 식음 서비스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푸드테크 전문 기업으로의 재탄생을 선언했습니다. 5월에는 경기 성남시에 '한화푸드테크 R&D센터'를 열었습니다. 당시 개소식에 참여한 김 부사장은 "앞으로 식음 서비스 산업의 성패는 푸드테크의 적극적 활용에 달려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김 부사장 주도 아래 한화푸드테크의 미국 법인 한화푸드테크글로벌은 미국의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했습니다. 한화푸드테크에 따르면, 스텔라피자에서 피자를 만드는 모든 공정은 완전 자동화로 진행되며 1분에 한판 꼴로 피자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재정비 등의 과정을 거쳐 향후 국내와 미국에 스텔라피자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눈에 보이는 기기만 푸드테크로 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도 푸드테크 중 하나인데요. 동물성 단백질을 식물성으로 대체하는 대안식품 제조 기술에 힘을 쏟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신세계푸드의 경우 대안식품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기술력 확보와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와 식물성 대안식 브랜드 '유아왓유잇'을 론칭하며 소비자들과의 접점 확대에 나섰습니다.
서울의 한 레스토랑에서 로봇이 주문을 받아 국수를 조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성은 기자)
푸드테크 시대 '성큼'…비용 걸림돌 '여전'
다양한 이유로 푸드테크 시대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비대면 생활양식이 안착했고, 식당에서 기계가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는 모습은 일상이 됐습니다. 재료비와 인건비 등 비용 상승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품·외식업계에 비용 효율화를 꾀하게 하면서 자동 조리 기계나 로봇 설치로 이어지고 있죠.
눈앞에 다가온 푸드테크 시대를 누구도 부정할 순 없지만 걸림돌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인데요. 비용적인 측면이 가장 큰 장벽입니다. 일례로 자동화 로봇은 작업의 민감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개인 사업장에서 도입하긴 쉽지 않습니다. 푸드테크 기술이 적용된 제품 가격 또한 높은 경우가 있어 소비자들이 장바구니에 담기 망설여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자동 조리 기계를 제조·판매하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조리 로봇의 경우 관절이 몇 개인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관절 수가 많을수록 꺾임이 많고, 더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다"면서 "자동 튀김기 또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제품이 있다. 인건비와 장치 가격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비용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조리 로봇 도입이 지금보다 더 활발해져 수요가 늘어난다면 비용은 빠르게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서빙·조리 로봇 분야 도입은 점점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식품산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인데, 그럴수록 경비 축소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로봇을 찾는 수요가 많아지면 생산성이 높아져 가격은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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