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국에…재난 컨트롤타워마저 '붕괴'
'사상 초유' 경제사령탑의 중대본부장 겸직
행안부·국방부·경찰 수장까지 곳곳 '구멍'
2025-01-01 14:34:40 2025-01-01 14:34:4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12·3 계엄사태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 속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하면서 국가 재난 안전관리체계의 '공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연이은 탄핵 여파로 재난 대응을 총괄해 본 적 없는 경제사령탑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수장을 맡게 됐는데요. 재난 시 대통령의 위기관리 결정을 지원하며 부처 간 협력을 총괄했던 대통령실마저 헌법재판관 임명 후폭풍으로 전원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실상 재난 컨트롤타워가 붕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중대본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난 대응 경험 '전무' 최상목, 참사 수습 총책 
 
1일 중대본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상황보고'를 통해 오전 6시 기준 사망자 179명의 신원이 전원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중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족과 함께 맞는 새해 첫날이기에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며 "중대본부장으로서 유가족들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사고 원인 규명과 유가족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사고 직후 정부는 사고 한 시간여 만에 중대본을 가동했지만 이번 참사를 통해 재난컨트롤 타워 곳곳의 구멍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탄핵 정국 속 대행체제로 운영되는 컨트롤타워와 직책 공백은 대형 사고에서 신속한 대응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데요. 
 
대통령 훈령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대형 재난이 발생할 경우 본부장은 국무총리가, 차장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맡게 됩니다. 그러나 한덕수 총리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직무가 정지됐고,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은 비상계엄 사태로 물러나면서 이번 참사에는 최상목 대행이 본부장을 맡았습니다. 권한대행을 맡은 지 이틀 만에 재난 대응 경험이 전무한 경제관료 출신 사령탑이 대형 참사 수습 총책을 맡게 된 겁니다. 최 대행은 탄핵 리스크를 떠안은 채 대통령이 해야 하는 중대본 회의 주재자 역할까지 맡고 있습니다.
 
재난 현장에서 질서유지, 사망자 신원 확인 협조 등 수습 역할을 할 유관기관 수장인 경찰청장도 공석입니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된 까닭인데요.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습니다. 
 
사고 수습과 복구 지원에 나서는 국방부 역시 김용현 전 장관이 구속된 이후 김선호 장관 직무대행 체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사고 장소인 무안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 역시 문재인정부 때 임명된 윤형중 전 사장이 사퇴한 이후 8개월째 공석인 상태입니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대통령실마저 붕괴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가안보실과 함께 재난 상황을 조율하고 개별 부처 간 정책 충돌을 방지하며 위기 대응 계획을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하는데요. 이날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참모진들은 일괄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최소한의 역할만 하겠다던 최상목 대행이 2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자 항의의 뜻을 밝힌 겁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내치도, 외교도,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대형 참사까지 발생해 최상목 대행에게 너무 많은 일이 집중되고 있다"며 "선별적으로 판단해 헌정 질서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하루빨리 난국을 풀어가는 것이 대행의 적절한 임무이고 동시에 국민에게 복무하는 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7년 만에 최악의 '항공기 사고'…조류 흔적 육안 조사 실시
 
지난 1997년 229명이 숨진 대한항공 괌 추락 사고 이후 이번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는 27년 만에 최악의 항공기 사고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12명, 미국 조사팀 10명(연방항공청 1명, 교통안전위원회 3명, 항공기 제작사 보잉 6명)으로 구성된 한·미 합동조사팀을 구성해 공항 내 임시본부를 마련하고 현장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사조위는 음성기록장치(CVR)에 저장된 자료는 추출을 완료한 상태인데요. 이날 중 해당 자료를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파손된 비행기록장치(FDR)는 국내에서 자료 추출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검토하는 중입니다. 
 
사고 원인 규명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사고의 근본 원인인 '조류 충돌'과 관련해 관련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조류 흔적에 대한 육안 조사 등을 시작할 계획인데요.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5년 6개월간 발생한 조류 충돌 건수는 623건에 달했습니다. 무안국제공항에선 2019~2024년 8월 10건의 조류 충돌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항공 운항편수(1만1004건) 대비 발생률은 0.09%로 14개 지방공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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