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서울병원의 수술을 받고 영구장해가 발생한 암 환자에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에 나섰습니다. 겨드랑이에 위치한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이후 신경손상으로 영구적인 장해가 발생했는데요. 다른 대체 치료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병원과 재단은 문제가 된 치료법이 최선이었다는 입장입니다.
원고 "무리한 수술로 영구장해"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921민사단독 염우영 판사는 지난달 19일 환자 A씨(원고)가 사회복지법인 삼성생명공익재단 등(피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단이 A씨에게 정신적 위자료 4000만원을 지급하되, 수술일인 2020년 12월3일부터 판결 선고일인 2024년 12월19일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입니다.
현재 A씨 측과 재단 측은 모두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인데요. 재단 측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36민사부에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냈습니다. 손해배상금 강제집행을 하지 못하도록 효력을 일시 중단시키는 절차입니다.
당초 A씨는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수술을 부주의하게 집도해 상완진경 손상으로 영구장해를 입었다며 일실수입(사고로 잃은 장래 소득)과 퇴직수당, 치료비, 위자료 등 총 2억9173억원을 청구했습니다. 다만 1심 법원은 위자료에 대한 손해배상만 인정했습니다.
A씨는 지난 2020년 삼성서울병원에서 '침윤성 유방암' 진단과 '좌측 액와부(겨드랑이) 림프절 비대 의심' 소견을 받았습니다. 그 해 10월 A씨는 좌측 유도 보존 유방 절제술과 감시 림프절 생검술, 유방 재건술을 받았습니다.
A씨 측에 따르면 당시 의료진은 림프절 생검술을 진행할 때 겨드랑이 림프절에 '신경인성 종양'으로 의심되는 1.9cm의 종괴도 절제하기로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수술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절제술은 진행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후 A씨는 그해 11월 암 영상 진단 검사(펫시티·PET/CT)를 진행했고, 신경인성 종양으로 생각되는 종괴에는 변화가 없지만 주변에 1.2cm 크기의 장액종과 양성 림프절들이 관찰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왼쪽 팔이 올라가지 않아 불편감을 호소한 A씨는 결국 그해 12월 좌측 겨드랑이 신경인성 종양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전 '수술·시술·검사 진행 중 혹은 회복 중 예상되는 위험 및 합병증' 항목에 수술 근처 팔의 이상감각이나 무딘 통증, 신경 손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수술 동의서에 서명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수술 이후에도 A씨는 왼손 손바닥 부위에 통증과 저림을 호소했습니다. 이후 신경전도 및 근전도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감각 신경에 이상이 생긴 것을 뜻하는 '상완신경총병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A씨에게 문제가 생긴 상완신경총은 목부터 겨드랑이 사이에 위치한 신경다발로 손, 손목, 팔꿈치, 어깨의 운동과 감각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A씨는 다른 병원으로부터 '신경인성 종양 제거 과정에서 신경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신경이식술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신경이식을 한 부위의 감각이 이상해질 수 있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A씨 측은 "현재 좌측 상완신경총 손상(불완전 마비)으로 인한 좌측 수부의 근력저하 및 감각저하(척골신경 지배부위)가 있고 이는 영구적 장해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A씨와 재단, 법원이 의료소송의 손해배상 산정을 위해 병원 4곳에 의뢰한 진료기록감정 촉탁 결과를 보면, 공통적으로 신경종·신경초종(종괴) 제거술을 시행할 경우 부작용으로 신경손상이 올 수 있습니다. 신경 손상이 2년 이상 경과하면 회복 치료 방법이 없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법원 "환자 자기결정권 침해"
문제는 A씨가 신경초종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한 다른 대체 방법을 선택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A씨의 진단명인 상완신경총병증은 이른바 신경종·신경초종으로 불리는데요. 이를 진단 받는 방법은 A씨가 받았던 완전 절제술 외에도 중심침생검이나 세침흡인검사 등도 있습니다. 두 방법 모두 병변 부위에 바늘을 찔러 소량의 세포를 채취한 뒤 현미경으로 암의 유무를 검사하는 방법입니다.
A씨 측은 "종괴 제거를 결정하기 전에 먼저 세흡인검사를 시행해 양성종양인지 확진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해 무리하게 절제 생검을 시행했다"며 "종괴가 신경초종이라는 사실과 그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부주의하게 수술을 집도해 상완신경총 손상을 초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2020년 12월 수술 당시 의료진이 당일 퇴원이 가능한 간단한 수술이라고만 했을 뿐 이 종괴가 좌측 겨드랑이의 신경초종이라는 점, 제거 과정에서 신경 손상 등의 위험성, 대안적 치료 방안 등에 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아 설명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신경인정 종양 제거인줄 알고 수술 동의서에 서명한 뒤 수술을 했으나, 의료진이 막상 신경초종임을 몰랐고 이를 절제하기 전 A씨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재단과 삼성서울병원 측은 "신경초종은 신경인성 종야의 한 종류로, 어떤 종류인지는 조직학적 검사로 확진이 가능하다"며 "신경초종의 치료는 신경기능 소실을 최소화하도록 피막을 열고 종양만 적출하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며 (삼성서울병원 수술은) 치료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진료기록감정 촉탁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2020년 12월3일 수술에 앞서 A씨에게 대체적 조직검사 방법과 그 위험도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의무가 있었으나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A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재단은 A씨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