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고환율·유가…물가 더 뛴다
계엄이 밀어 올린 환율, 수입물가↑
수입물가 '껑충'→소비자물가 '압력'
환율 변동성, 물가지수 0.05~0.1%p↑
"국제 원유 시장도 상당한 영향"
실효적 묘책 안보여…내수부진 장기화 우려
2025-01-15 17:24:54 2025-01-15 17:24:54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계엄 사태 이후 큰 폭으로 오른 원·달러 환율이 수입물가를 석 달간 밀어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고환율과 국제유가 상승세가 끌어올린 수입물가는 소비자물가 압력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기업 등의 생산자물가에 영향을 주면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전가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소비심리 위축이 더 얼어붙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5일 한국은행의 '2024년 12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142.14(2020=100)으로 전년보다 7% 급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국 불안·고환율에 수입물가 '껑충'
 
15일 한국은행의 '2024년 12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142.14(2020=100)로 전월(138.80)보다 2.4% 상승했습니다. 수입물가가 석 달 연속 오른 겁니다.
 
수입물가는 지난 10월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으로 2.1%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국제 유가 하락 요인이 반영된 11월에는 0.9%로 다소 주춤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비상계엄 등 정국 불안이 가세하면서 12월에는 2.4%로 급등했습니다. 전년동기대비로는 7.0% 급증하는 등 두 달 연속 상승세입니다. 수입물가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지난달 수입물가 상승 품목을 보면 원유 등 광산품을 중심으로 원재료 가격이 전월보다 3.0% 상승했습니다. 중간재의 경우 화학제품, 1차금속제품 상승 요인으로 전월 대비 2.2% 올랐습니다. 자본재 및 소비재는 2.1%씩 올랐으며 농림수산품은 2.7% 상승했습니다. 
 
문제는 오름세를 보인 수입물가가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등 새해 연초부터 소비자물가를 흔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비상계엄이 있던 지난해 12월 고환율로 원화가치는 5% 넘게 하락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임광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의 분석을 보면, 지난달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절하율은 -5.3%로 봤습니다. 더욱이 원·달러 환율은 2023년 말 1288.0원에서 지난해 말 1472.5원으로 상승한 바 있습니다. 한 해 동안 원화 가치가 12.5%가량 하락한 겁니다.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가 상승 0.05~0.1%p 올렸다"
 
특히 정국 불안에 따른 환율 급등은 소비자물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임 의원이 '최근 환율 변동성이 물가에 미친 영향'에 대해 문의한 결과, 한은은 "모형 추정 결과를 고려하면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의 환율 상승은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0.05~0.1%포인트 정도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15일 서울 외환시장 거래를 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60원 선에 등락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표결 직후 1470원을 돌파한 환율이 국민연금 환헤지로 1450원 선을 보이다, 1460원대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욱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유가의 흐름은 우려할 부분입니다. 유가 변동성으로 인한 여파가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의 러시아 에너지기업 제재 여파로 국제유가가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78.82달러에 거래를 마친 바 있습니다. 이는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오름세입니다.
 
또 미국의 제재가 러시아산 석유의 주요 구매국인 중국, 인도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시장 혼돈으로 인한 여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당시 두바이유는 4.48달러 오른 82.41달러에 거래된 바 있습니다.
 
현재 국제유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1.32달러(1.67%) 하락했으나 77.50달러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통상 하루 차이로 따라가는 두바이유 현물은 전일보다 0.18달러 떨어졌지만 82.23달러에 거래됐습니다.
 
김근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그림자 선단 600~1000척이 러시아 원유 수출의 40%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이번 미국의 제재 조치는 국제 원유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소재 주유소에서 휘발유·경유 등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효적 묘책 '깜깜'…내수 부진 장기화 우려
 
한은 측은 "환율과 두바이유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수입물가가 올랐다"며 "환율 상승이 원화 기준 수입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수입 소비재 가격 외에도 국내 생산에 사용하는 수입재의 조달 비용을 높여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우선 설 명절 물가 안정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제품 가격 인상 요인에 대한 수급관리와 금융·세제·자금 지원 등에도 주력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소비가 얼어붙었던 2003년 이후 소매판매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상황에서 소비심리 급락을 막을 실효적 묘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가 전년보다 2.1% 감소하는 등 내구재·비내구재·준내구재 등 모든 분야의 소매판매가 냉기를 보이고 있어 비상계엄 이후 내수 부진은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 수사처 등 공조수사본부의 체포영장 2차 집행이 있던 15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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