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품은 MBK, '론스타 외환은행 먹튀' 악몽 재현
"사모펀드 먹튀 고의성 입증 엄격히 해 엄단해야"
2025-03-13 06:00:00 2025-03-13 06: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롯데카드를 품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론스타 외환은행 먹튀'의 악몽을 재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업계에선 사모펀드의 현행법 위반이나 고의성을 가려내는 일을 더욱 엄격히 해 외국계 자본의 먹튀를 방지하는 게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가 위기에 빠지자 자구노력 없이 갑자기 기업회생을 신청해 먹튀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10월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맺고 롯데카드 지분 79.83%를 1조3810억원에 인수했다. 롯데카드 본사.(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말부터 매각을 재추진하고 있는 롯데카드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카드 인수 7년차에 접어든 MBK파트너스의 매각 의지는 여전한데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신청 과정에서 MBK파트너스의 경영 부실과 무분별한 소매 채권 발행 등의 이슈가 불거지면서 롯데카드 매각에도 걸림돌이 될 전망입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앞서 MBK파트너스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팔아 약 2조원의 차익을 남겼는데, 당시에는 경기가 활황이었다"며 "반면 현재는 불황에 경제 성장률이 1%밖에 안 되는 상황인데다 사모펀드 먹튀 논란까지 재차 불거진 상황이다. 롯데카드 매각은 오렌지라이프 인수·매각 과정과는 다르게 흘러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처럼 롯데카드의 경우 손쉽게 먹튀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MBK파트너스가 지속적으로 금융사 인수·매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한 뒤 단기 수익을 내고 자산을 정리해 기업을 빈껍데기로 만드는 먹튀 사례는 꾸준히 문제가 돼왔습니다. 
 
대표적인 게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입니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34억원에 사들인 뒤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을 받고 매각했습니다. 매각 차익과 배당금을 합치면 무려 4조원이 넘는 돈을 챙기고 한국을 떠났습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뉴브릿지캐피탈의 제일은행 매각도 사모펀드 먹튀 사례 중 하나입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주인이 정부로 바뀐 제일은행은 1999년 뉴브리지캐피탈에 단돈 5000억원에 매각됐는데,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가 5조원 이상을 손해를 본 전례가 있습니다.
 
홈플러스 사태 역시 과거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이나 뉴브릿지캐피탈의 제일은행 매각 등 사모펀드의 먹튀와 유사하다는 평가입니다. MBK파트너스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는데요.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네파, 딜라이브, 영화엔지니어링 등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기업들은 줄줄이 경영난에 빠졌습니다. 현금과 유형 자산이 넉넉한 기업을 인수한 뒤, 알짜 자산을 매각하고 이자 부담을 피인수 기업에 전가하는 수법도 유사합니다.
 
사모펀드가 본업인 기업 체질 개선은 뒷전이고, 기업 경쟁력은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MBK파트너스 말고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다른 상당수 사모펀드들도 국내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대응책이 중요해졌다는 진단입니다.
 
전문가들은 사모펀드의 국내 먹튀 논란이 되풀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현행법에 위배되거나 고의성을 가진 위법 행위 발생시 엄단해야 한다는 제언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갚을 의사가 없는데 채권을 발행한다든지, 부채를 금융기관에 전가하거나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등의 고의성이 입증되면 엄단해야 한다"며 "사모펀드의 장단점이 존재하는데 기업의 장기 성장이나 신규 사업 투자는 도외시하고, 도리어 망가뜨릴 경우 제재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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