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경주 기자] 금문교(The Golden Gate Bridge)는 샌프란시스코만에서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폭 1.6km의 골든 게이트 해협에 가로 놓여 샌프란시스코시 북부와 마린 카운티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와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국제적으로 상징물 중 하나입니다. 여행 가이드북 프롬머스(Frommer’s)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힌 다리”입니다. 이 다리는 그러나 ‘자살 명소’로 악명이 높습니다. 1937년, 개통 후 3개월 만에 해롤드 워버라는 1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이 다리를 걷다가 갑자기 뛰어내려 숨진 사건 이후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다리에서 투신자살했습니다.
최근 이 다리에는 투신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망이 설치되었습니다. 안전망 설치 공사는 2017년 4월에 시작되어 2024년 1월에 완료되었습니다. 안전망은 다리 난간에서 수직으로 6.1m 아래에 수평으로 6.1m 돌출된 형태로 설치되었고 다리 전체 길이 2.7km의 95퍼센트를 커버하고 있습니다. 안전망을 설치하는 데는 총 4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5400억원이 들었습니다.
안전망 설치는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찬성하는 측은 자살 수단에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인 자살 예방 대책이며 안전망을 설치하면 투신자 수를 줄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에 반대하는 측은 이러한 안전망이 샌프란시스코 전체 자살률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데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안전망 설치 비용 4억달러를 정신건강 서비스에 사용하는 게 더 나은 대안이라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습니다.
최근 호주 멜번대학의 인구 및 세계 보건 대학원의 한국계 신상수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들은 금문교 자살 예방 안전망의 효과를 연구해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금문교의 운영 및 유지 관리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인 금문교 고속도로 및 교통 행정구(Golden Gate Bridge Highway and Transportation District)의 월간 사건 보고서에 나타난 자살 관련 데이터를 근거로 안전망이 설치 의도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설치 전(2000년 1월부터 2018년 7월), 설치 중(2018년 8월부터 2023년 12월), 설치 후(2024년 1월부터 2024년 12월)로 구분해 금문교에서의 자살률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을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 예를 들면 보안 요원이나 구조대원, 행인 등이 제지하거나 구조하여 자살을 막는 행위를 의미하는 ‘제3자 개입’ 건수에 대해서도 유사한 분석을 했습니다.
연구 대상이 된 25년 동안 확인된 자살 사례는 총 681건이었고, 제 3자 개입은 총 2901건 발생했습니다. 안전망 설치 이전에는 금문교에서 월평균 2.48건의 자살 사망이 발생했고 설치 기간 중에는 월평균 1.83건, 그리고 설치 이후에는 월평균 0.67건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설치 이전 대비 73% 감소한 수치입니다. 제3자 개입은 설치 전에는 월평균 8.22건, 설치 중에는 월평균 14.42건, 설치가 완료된 후에는 월평균 11.00건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안전망이 금문교에서 자살을 즉각적이고 상당히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전경. (사진=게티이미지)
금문교의 안전망은 투신 지점 자체에 대한 접근을 완전히 차단하는 다른 안전장치들과는 다릅니다. 이 다리에 설치된 안전망은 다리 보행로 아래에 수평으로 설치되어 있어서 자살을 강행하는 사람은 안전망 위로 뛰어내린 다음 그 위에서 물속(약 60m 아래)으로 뛰어내릴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망이 자살을 상당히 줄인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합니다.
연구진은 첫 번째 점프를 통해 안전망에 떨어진다는 예상이나 실제 경험 자체가 두 번째 점프(바다로 투신)을 심리적으로 억제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금문교에서 자살을 시도하겠다고 밝힌 63명을 인터뷰한 결과, 그들이 다리를 선택한 주된 이유는 접근성, 장소 자체의 상징성, 그리고 고통 없이 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안전망으로 떨어지는 것이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바로 물속으로 자유롭게 뛰어내리는’ 상상 속의 시나리오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지만, 안전망의 효과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장기적인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한강 다리들 가운데 자살 신고 전화가 가장 많은 다리는 마포대교입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3년까지 자살 시도 총 2345건 중 마포대교가 622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한강대교(232건), 양화대교(172건), 한남대교(158건), 동작대교(138건)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는 2021년 자살 시도가 빈번한 마포대교와 한강대교의 난간을 1.65m 높이고, 난간을 넘어가기 어렵게 하는 구조물이 설치했습니다. 이후 잠실대교와 양화대교 한남대교에도 안전난간이 설치되었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자살자 수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안전난간 설치는 특정 교량에서의 투신 시도를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인근 미설치 교량에서 투신 시도가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마포대교 자살방지 안전난간. (사진=연합뉴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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