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방위사업청(방사청)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 결정을 지난 17일에 이어 또다시 미루면서 방산업계를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업분과위원회(분과위) 논의 결과에 따라 수주 기업을 가늠할 수 있기에 장기간 지속되는 갈등에 마침표가 찍힐 것이란 기대가 컸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방사청의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데에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일정 차질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오는 27일 열릴 예정이던 방사청 분과위가 연거푸 취소되면서 KDDX 선도함 사업 방식에 대한 결정이 또 한번 미뤄졌습니다. 조용진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지난 25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오는 27일 열리는 사업분과위원회(분과위)에서 KDDX 사업 방식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함정 업계 간 상생협력 방안을 추가로 보완, 논의한 후에 분과위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방사청은 지난 17일 처음 분과위를 열고 KDDX 선도함 건조 사업과 관련해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개발 등 3가지 사업 방식을 놓고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이에 방사청은 10일 뒤 분과위를 다시 개최해 2차 논의를 거칠 예정이었으나 이를 또 다시 미룬 것입니다.
당초 방사청은 지난 2023년 12월 KDDX의 기본설계를 완료한 뒤, 지난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었습니다. 다만, KDDX 사업에 참여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법적 분쟁과 과열 경쟁으로 사업이 해를 넘기고 현재까지 지체된 상황입니다.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됩니다.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은 함정 사업 관행대로 선도함 건조가 수의계약으로 진행돼야하는 주장을 펼쳤고,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관련 사고를 일으킨 HD현대중공업의 전력을 감안해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진행해야 한다고 대립해 왔습니다.
첨예한 입장 탓에 방사청이 해를 넘기도록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입니다. 결국 KDDX 사업 지연에 따른 해군의 전력 공백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달 분과위가 공동 설계를 포함해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중 사업 방식을 결정하려 했으나 그마저도 무산됐습니다.
당초 방사청 분과위는 이달 결정에 따른 사업추진방안을 내달 2일 예정됐던 방사청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 넘길 예정이었으나 일정 취소로 방추위 개최 일정도 백지화됐습니다.
방사청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한참을 머뭇대자 업계에선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사업 결정이 이뤄져야 전력 공백을 메울 수 있는데다, 업체간 갈등도 조정 국면을 맞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입니다.
아울러 방사청의 결정이 늦어지는 것을 두고, 업계에선 현재의 탄핵 정국과 연관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탄핵안이 인용될 경우, 새 정부 출범과 함께 KDXX 선도함 건조의 사업자 선정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방사청이 헌재의 선고 결과를 살펴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업이 향후 선고 결과에 따라 더 장기화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자체가 아닌 탄핵이라는 외부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점은 일견 이해가 간다”면서도 “방사청이 함정 기업들과 정치권의 눈치만 보면서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중심을 잡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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