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윤범, 주총 표 대결 승리…경영권 방어 성공
이사회, 최회장측 15명·MBK·영풍측 4명
'이사 수 상한' 가결로 MBK측 장악 무산
MBK, 법적 대응·상호주 관계 해소 나서
2025-03-28 16:42:28 2025-03-31 12:29:09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MBK파트너스(MBK)·영풍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이사 선임 안을 두고 양측이 표 대결을 펼친 결과, 최 회장측이 추천한 후보가 더 많은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 과반을 수성했기 때문입니다.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고려아연의 제51기 정기주총이 열리고 있다.(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은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몬드리안호텔에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총 8인의 신규 이사 선임을 두고 표 대결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고려아연측이 추천한 후보 5명이 이사로 선출됐고, MBK·영풍측은 3명이 이사회에 진입했습니다. MBK·영풍측 인사 중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 부회장, 권광석 우리금융캐피탈 고문이 포함됐습니다. 
 
또 분리선출 대상인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도 최 회장측 이사회 추천 후보가 선임됐습니다. 이로써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측 15명(4명 직무집행 정지)에, 기존 장형진 영풍 고문을 포함한 MBK·영풍측 4명 구도로 바뀌었습니다. 
 
이날 이사회 장악 승패의 핵심은 ‘이사 수 19명 상한 설정’ 안건의 통과 여부였습니다. 이 안건이 출석 의결권의 71.11%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8명의 이사 선임이 집중투표제로 표결에 부쳐졌습니다.
 
당초 17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한 MBK·영풍측은 이사 수 상한 안건을 부결시켜 최 회장측 인사보다 더 많은 이사를 진입, 이사회를 장악할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사 수가 제한되면서 계획이 무산됐습니다. 
 
최 회장측이 이사 수 상한 안건을 가결시킬 수 있던 이유는 영풍 지분율(25.42%)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면서입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MBK·영풍측이 40.97%, 우호 지분을 합한 최 회장측은 34.35%입니다.
 
하지만, 이날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MBK·영풍 측 지분이 15.55%로 축소돼 최 회장측에 유리한 구도 속에 표 대결이 진행됐습니다. 이는 최 회장측이 고려아연의 지배구조를 순환출자고리로 만들어 상호주 제한 규정에 따른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시켰기 때문입니다.
 
고려아연은 주총 전 해외 계열사인 썬메탈홀딩스(SMH)가 영풍 주식 1350주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10.03%로 끌어올렸다고 공시했습니다. 영풍이 전날 주식배당으로 SMH의 영풍 지분율을 9.96%로 낮췄지만 이날 오전 장외매수를 통해 영풍의 의결권을 재차 막아냈습니다.
 
상법상 10% 이상의 지분 보유로 순환출자고리가 만들어지는 경우 상호간의 의결권이 제한되는데 최 회장측이 고려아연의 지배구조를 ‘고려아연→SMH→영풍→고려아연’ 구조로 다시 형성시킨 것입니다.
 
다만, 이날 주총 결과와는 별개로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전망입니다. MBK·영풍측은 고려아연의 영풍 의결권 봉쇄에 대한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입니다. 아울러 MBK·영풍측은 앞서 고려아연 지분 전량을 현물 출자해 유한회사인 와이피씨(YPC)를 설립, 상호주 관계를 풀어낼 방안을 마련해 둔 상황입니다.
 
향후 이사회를 장악할 때까지 임시 주총을 반복해 개최하면서 YPC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방침입니다. 최 회장측이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추가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날 이사 수 상한이 19명으로 설정되고, 이사 선출 시에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MBK·영풍측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풀이됩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당사의 주주총회는 법원에서 파견한 검사인의 관리 속에서 적법하고 합리적으로 준비하고 진행됐다”며 “(MBK·영풍측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막고 책임 경영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MBK·영풍측은 “영풍의 의결권 제한으로 인해 왜곡된 정기주총 결과에 대해서 즉시항고와 효력정지 등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고, 법원에서 왜곡된 주주의 의사를 바로 잡고자 한다”며 “최윤범 회장측의 반복되는 불법과 탈법행위에 맞서,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가 바로 서는 그날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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