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후중기자] 현대건설 인수전이 채권단과 현대그룹의 의견차와 끊임없는 의혹제기로 점차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7일
현대건설(000720)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이날 오전까지 채권단이 요구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과의 대출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채권단은 이날 회의를 열고 현대그룹에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서 빌린 1조2000억원의 대출계약서와 동양종금이 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합의를 했는지에 대한 자료도 오는 14일까지 제출하라고 최종 통보키로 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14일까지도 계약서와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률적 검토와 주주협의회 논의를 거쳐 현대그룹과 체결한 현대그룹 매각 양해각서(MOU) 해지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이 현대그룹의 자금 동원력을 확실히 검증하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현대그룹 측에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한 셈이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여전히 대출계약서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채권단이 MOU 해지절차에 들어갈 경우 법적 대응할 방침이다.
따라서 오는 14일 이전에 양자간 입장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결국 현대건설 인수전은 법정 다툼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건설 인수전이 이처럼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현대그룹이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으로부터 무담보·무보증으로 빌렸다는 1조2000억원에 대한 세간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대그룹이 전략적 투자자로 영입하려다 무산된 독일 'M+W그룹'의 모회사인 슈툼프그룹에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매각하려 했다는 사실이 보도됐고, 정책금융공사 등에서 제기한 동양종합금융증권 투자금 8000억원과 관련한 풋백옵션 체결조건에 대한 자료공개 요구가 이어지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최종계약만을 남겨둔 상태에서 채권단이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여론을 의식해 강도 높은 인수 자금검증 등 강경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채권단이 당초 계획됐던 내년 1분기 중 현대건설 매각 마무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언론플레이를 통한 이전투구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여론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며 "현대그룹이 자료를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든지 현대건설을 포기하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안후중 기자 hu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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