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중국 맞서 해외 생산 거점 확장 '속도’
원가 절감 위해 저비용 국가로 확대
중국 진입 어려운 미국 시장도 공략
2025-12-09 15:52:34 2025-12-09 16:00:21
[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국내 조선사들이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장악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생산거점을 적극 확대하고 있습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인건비, 전력비 등이 저렴한 국가 또는 미·중 갈등으로 중국의 진출이 어려운 미국에서 입지를 넓히는 모습입니다. 중국 조선사의 경쟁력이 계속 강화되는 만큼, 국내 조선사들의 해외 확장 전략도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인도 코친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
 
HD현대는 인도 지방정부와 손잡고 현지 조선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현지시각) HD현대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마두라이에서 타밀나두주 정부와 ‘신규 조선소 건설에 관한 배타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인도 정부는 해당 지역을 포함한 5개 주를 신규 조선소 건설 후보지로 선정하고, 최적의 부지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향후 타밀나두주가 신규 조선소 부지로 확정될 경우 HD현대가 인도 조선소 건립 파트너로 참여할 가능성이 유력해집니다.
 
이번 협약은 HD현대가 추진해온 해외 생산기지 확장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회사는 베트남 닌푸옥 조선소와 지난 9월 가동한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 내년 가동 예정인 사우디아라비아 킹살만 조선 산업단지 등 주요 해외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에 따라 미국 현지 조선소와의 공동 건조도 추진 중이며, 별도로 미국 법인 설립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는 주요 이유는 중국의 조선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해서입니다. 중국 선박은 국내 조선사보다 10~2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의 수주 비중을 2018년 약 30%에서 지난해 약 70% 수준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에 HD현대는 인건비·전력비·부지 비용 등이 낮은 해외 조선소를 활용해, 제조 원가에서 중국에 밀렸던 벌크선·탱커 등 범용 상선 분야의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아울러 미·중 갈등으로 중국의 접근이 제한된 미국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할 전망입니다.
 
다른 국내 조선사들도 같은 전략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부터 베트남에 신규 조선소 설립을 검토하며 현장 점검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재정난으로 지연됐던 이 계획은 최근 수익성 개선과 함께 다시 추진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삼성중공업은 베트남 PVSM, 인도 스완조선소 등과 파트너십을 확대하며 협력 범위도 넓혀가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북미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 조선소)를 인수했으며, 현재 최소 70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해 도크 확장과 블록 생산능력 증대를 추진 중입니다.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이 지난달 유상증자를 통해 미국 법인의 규모를 키운 만큼, 현지 조선소 추가 인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과의 가격 경쟁이 워낙 치열한 데다 LNG 추진선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종에서 중국에 밀리는 상황이어서, 국내 조선사들은 중국이 진입하기 어려운 미국 시장을 공략하거나 저임금 국가로 생산 거점을 옮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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