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청문회 불출석…무책임 극치
맹탕 청문회…국회고발·국정조사·영업정지 초강수 검토
질문 요지 회피 '무성의 답변' 도마…여·야 한목소리 질타
해롤드 로저스 임시 대표 '방패막이' 논란…과거 이력 추궁
2025-12-17 17:48:47 2025-12-17 18:29:00
[뉴스토마토 이혜현·이수정 기자] 사상 최대 규모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쿠팡을 상대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청문회를 열었지만, 결과는 '맹탕 청문회'였습니다. 쿠팡 Inc 이사회 의장 등 정보 유출 사고 책임의 핵심에 있는 인물들이 줄줄이 불출석한 가운데 진상규명과 쿠팡 측의 책임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한 채 끝났습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쿠팡의 무책임한 태도를 질타하며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청문회에 김범석 의장을 비롯해 박대준, 강한승 전 쿠팡 대표이사 등 이른바 '핵심 3인방'이 모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청문회에 참석한 쿠팡 측 증인들 또한 질문의 요지를 무시한 채 불성실하고 무의미한 답변으로 일관해 여·야 의원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쿠팡 최고경영자의 불출석은 국회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존중하지 않고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고 규탄했습니다. 그는 "청문회가 끝나는 즉시 국정조사 절차에 돌입할 것이며, 불출석한 증인들에 대해선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날 국회 정무위원회도 전체 회의를 열고 앞서 국정감사에 두 차례 불출석한 김 의장을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키로 했습니다. 또 김 의장에게 국회는 고발, 입국 금지, 국정조사 등 초강수 조치를 검토하는 한편, 김 의장과 같이 외국 국적자가 해외 체류를 이유로 반복해서 국회 또는 상임위원회에 불출석하면 입국을 금지하는 법안도 발의됐습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쿠팡 침해 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의장, 박 전 대표 '소재파악 안돼'…외국인 임원만 보내 '동문서답'
 
이번 과방위 청문회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따져 묻기 위해 마련됐는데요. 특히 전직 관료와 국회·청와대 출신 인사들로 꾸려졌다는 쿠팡의 대관 조직 실체 파악과 김 의장의 두문불출 행보에 대한 질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 초반 김병기 민주당 원내 대표가 박 전 대표에게 인사 청탁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야가 거세게 맞붙었습니다. 청문회 시작 직전 김 의원과 박 전 대표의 회동 당시 녹취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산됐는데요. 지난 9월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김 의원과 박 전 대표가 가진 오찬 자리에서 김 의원이 전직 보좌관 출신 인사를 쿠팡 임원으로 청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민주당은 청문회 본연의 목적인 쿠팡의 정보 유출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질타에 집중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당 원내 대표가 국감 대상인 피감 기업의 인사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청탁을 시도한 정황이 밝혀진 이상 김 의원이 자발적 참고인으로 청문회에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 위원장은 김 의원의 인사 청탁 의혹을 악의적인 언론플레이라고 규정하며 불출석한 박 전 대표의 증인 출석을 청문회장에서 재차 요구했지만, 그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쿠팡 측은 박 전 대표의 소재가 청문회 당일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태도로 일관했지만, 과방위가 박 전 대표 주소지로 사람을 보내 증인 출석을 추진한 결과 그는 청문회 직전 외국으로 출국한 정황이 포착돼 공분을 샀습니다. 최 위원장은 박 전 대표와 김 의장의 소재 불명확은 호미로 가릴 일을 불도저로 막는 행태라고 직격했습니다.
 
청문회에 나온 쿠팡 측 증인들의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질문의 요지를 피해 가는 답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발언 반복, 형식적인 해명으로 일관하는 증인들의 태도에 여야 의원들 모두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매출 50조원을 바라보는 기업이 국민 개인정보 유출 사고 앞에서는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커지는 김범석 책임론…영업정지·국회고발·국정조사 '초강수'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쿠팡의 책임 회피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박 전 대표 사임 직후 임시 대표로 선임된 해롤드 로저스 대표에 대해서도 방패막이 카드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죠. 특히 로저스 대표의 과거 이력을 둘러싼 질의가 이어지며 청문회장은 한때 술렁이기도 했습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쿠팡이 대관 조직 로비를 통해 책임 회피를 시도하고 있고, 김 의장을 비롯한 핵심 증인들이 모두 불참해 맹탕 청문회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며 지적했습니다. 박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지난번 현안 질의 때 이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얘기해 놓고 도망갔다"고 질타했습니다.
 
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해롤드 로저스 대표의 과거 이력을 집중 추궁했습니다. 신 의원이 해롤드 로저스 대표가 과거 미국 법무부 조사를 받은 기업의 고위 임원으로 재직했던 사실을 밝혔습니다. 신 의원은 "로저스 대표가 2015년부터 2018년 사이 밀리콤 계열 과테말라 자회사에서 부사장 겸 윤리·준법 책임자로 근무할 당시, 현지 불법 자금 지급 문제로 미국 법무부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있지 않냐"며 "로비와 부패 정황으로 조사를 받았고, 자진 신고 이후 기소유예 협약을 맺어 불기소된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해롤드 로저스 대표는 “쿠팡에 입사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라며 “당시 미국 법무부에서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신 의원은 즉각 반박했습니다. 그는 “미국 법무부 홈페이지에 해당 사건과 관련한 합의 내용이 공개돼 있다”며 “기소유예 협약을 통해 형사 벌금 약 6800만달러와 이득 몰수 약 5800만달러, 총 1억1800만달러 규모의 합의금으로 종결됐다는 자료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쿠팡의 영업정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번 질의 때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를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는데, 당시 장관과 차관이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했다"며 "논의 결과가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습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전달했는데, 먼저 민관합동조사 결과를 빨리 마무리 짓고 발표해야 한다"며 "그 결과를 가지고 공정위도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뒷줄 왼쪽부터 조용우 쿠팡 국회·정부 담당 부사장, 민병기 쿠팡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 김명규 쿠팡이츠서비스 대표. (사진=뉴시스)
 
이혜현·이수정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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