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수정 현대ADM 연구소장 "신약개발 뚜벅뚜벅"
'키트루다' 병용으로 '페니트리움' 항암 임상 1상 승인
"신약개발 왕도 없다…순발력 발휘 통하지 않는 산업"
2025-12-18 16:50:02 2025-12-18 16:55:06
김수정 현대ADM바이오 연구소장(전무). (사진=현대ADM바이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약 개발에 왕도는 없습니다. 정도를 걸어야 합니다."
 
현대ADM(187660)바이오 연구소장을 맡아 '페니트리움' 연구개발을 진두지휘하는 김수정 전무가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 말미에서 한 말입니다.
 
현대ADM바이오는 바이엘이 1953년 구충제로 개발한 '니클로사마이드'에 유기·무기 하이브리드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 DDS)을 적용해 항암제 후보물질 '페니트리움'을 개발 중인 기업입니다. 니클로사마이드의 항암, 항염, 항균, 항바이러스 효능은 세포실험 단계에서 수차례 확인됐지만 약물의 생체이용률이 낮아 실제 효력을 입증하긴 어려웠습니다. 현대ADM바이오는 자체 DDS 기술을 적용해 니클로사마이드의 이용률을 개선하는 작업을 먼저 진행했습니다.
 
김 소장은 페니트리움의 기본 물질로 니클로사마이드를 고른 이유를 높은 안전성에서 찾았습니다. 김 소장은 "완전한 신약은 안전성과 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리스크가 있지만 니클로사마이드는 많은 연구가 선행됐다"며 "그동안 많은 데이터가 쌓여 신약 개발 일정을 단축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니클로사마이드의 적응증 확장 가능성이 넓은데도 현대ADM바이오가 페니트리움으로 항암 분야에 먼저 진출한 건 그만큼 충족되지 않은 수요가 크기 때문입니다. 김 소장은 "니클로사마이드는 적응증의 확장성이 굉장히 높은 약물인데, 기존 항암제의 경우 허가된 약을 쓰고 약물 내성이 생겨 환자가 죽음을 맞이할 시점에는 선택권이 없다"며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큰 영역이라 항암 영역으로 접근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현대ADM바이오가 페니트리움의 항암 효과를 입증할 무대는 준비됐습니다. 앞서 현대ADM바이오는 지난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게 삼중음성유방암 및 비소세포폐암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1상을 승인받았습니다. 임상에선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른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합니다.
 
키트루다를 병용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는 범용성입니다. 김 소장은 "키트루다는 특정 암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암종에서 효능을 인정받은 암종 불문 항암제(Tumor-agonistic therapy)의 첫 사례"라면서 "항암 치료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페니트리움 병용 치료의 효능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 당연히 페니트리움의 여러 암종에서의 효능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임상의 핵심은 '가짜내성(pseudo-resistance)' 극복입니다. 가짜내성은 암세포 주변의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가 면역세포 또는 외부에서 주입된 항암제의 공격을 보호하는 방어벽 작용을 하는 현상입니다. 암세포 자체 유전 변이로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는 진짜 내성과는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김 소장은 "ECM은 대부분의 암종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데, 페니트리움은 여러 암종에 공통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약물"이라며 "여러 암종에서 페니트리움이 방어벽을 뚫어주면 그 암종에 효과가 있는 병용 항암제 혹은 몸속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략할 수 있도록 해 암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페니트리움을 포함한 현대ADM바이오의 신약 개발 과정에서 김 소장이 가장 중시하는 건 진정성입니다.
 
김 소장은 "신약 개발에 왕도는 없다"며 "그래서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개인기나 순간적인 순발력을 발휘한다고 통하는 산업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한발 한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게 신약을 개발하는 자세이고, 그 방향으로 회사도 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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