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경계 없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 콘텐츠는 더 이상 화면 안에 머물지 않고 있습니다.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를 매개로 K-콘텐츠는 도시의 공간과 일상, 소비 경험까지 재구성하며 새로운 문화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전 세계 이용자들의 도시 경험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23일 서울 성수 앤더슨씨에서 열린 넷플릭스 인사이트 행사에서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는 OTT가 도시와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유 교수는 "과거에는 도시를 경험하려면 직접 가서 살아보거나 여행해야 했지만, 이제는 콘텐츠를 통해 먼저 도시를 경험하고 이후 실제 방문과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넷플릭스는 이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구현한 플랫폼"이라고 말했습니다.
23일 오후 성수에서 열린 2025 넷플릭스 연말 기자 송년회에서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그는 특히 K-콘텐츠가 한국의 특정 장소와 생활 방식, 정서를 구체적으로 담아내며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한국을 경험 가능한 공간으로 인식시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 교수는 "드라마와 영화 속 골목, 주거 공간, 음식과 일상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도시의 이미지와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요소"라며 "콘텐츠 소비 자체가 도시와 문화에 대한 사전 체험이 되고, 시청자는 이를 따라 실제 공간으로 이동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콘텐츠를 통해 도시의 감각과 서사가 먼저 설계되고, 이후 관광과 소비로 확장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의미입니다.
이 같은 분석은 미국 내 K-컬처 소비 데이터에서도 확인됩니다. 김숙영 UCLA 연극·공연학과 교수는 미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K-콘텐츠가 일상적인 문화 소비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시장조사 결과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한국 드라마 상위권 대부분이 넷플릭스를 통해 소비되고 있다"며 "K-콘텐츠를 접한 이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응답 비율도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경제 불확실성과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성장한 미국 MZ세대가 합리적 소비 성향과 문화적 개방성을 동시에 지닌 점이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떠받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콘텐츠의 영향력은 산업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K-콘텐츠 흥행 이후 박물관 방문과 굿즈 소비가 동시에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누적 관람객 500만명을 돌파했고, 박물관 상품 브랜드 뮷즈(MU:DS) 매출도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유물과 서사가 현장 방문과 상품 소비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결과입니다.
코트라(KOTRA) 역시 한류를 수출 마케팅과 결합한 한류 박람회를 통해 K-콘텐츠와 소비재 간 시너지가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K-뷰티, K-푸드 등 소비재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콘텐츠가 한국 문화와 산업을 잇는 진입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넷플릭스 효과라고 설명합니다. K-콘텐츠는 더 이상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도시·관광·소비·산업 전반으로 파급되는 구조적 영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콘텐츠 한편이 만들어내는 경험의 확장이, K-컬처의 무대를 스크린에서 도시 전체로 넓히고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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