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청이 2026년 1월부터 산하 데이터센터 2곳의 온라인 백업 주기를 기존 3개월에서 1주일 이내로 단축합니다. 지난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사건의 학습효과입니다. 국정자원 화재로 인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전산망과 서비스가 한동안 마비됐으며, 일부 데이터는 끝내 복구되지 않았습니다. 재난이 닥쳐도 행정 데이터를 제대로 보존하고 시민 대상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기 위해서는 백업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진 겁니다.
서울시청은 지난 22일 '정보시스템 백업 체계 개선 계획'을 세웠습니다. 서울시청이 직접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인 서초센터와 상암센터가 서로 온라인으로 데이터를 전송해 백업하는 주기를 현재 3개월에서 7일 안으로 바꾸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2022년 11월 서울시 데이터센터 무정전 전원 공급장치(UPS) 점검 모습. (사진=서울시청)
현재 두 센터는 재난 때문에 데이터가 사라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분기에 1차례씩 서로 온·오프라인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백업하는 중입니다. 오프라인 백업은 비디오테이프 같은 테이프에 데이터를 저장해 상대 센터로 테이프를 직접 보내는 방식입니다.
이번 계획에 따라 2026년 1월1일부터 데이터베이스(DB)와 대용량 데이터인 네트워크형 저장장치(NAS, Network Attached Storage)의 백업 주기는 1주일로 줄어듭니다. DB와 NAS보다 상대적으로 용량이 적은 운영 체제(OS)와 일반 파일의 주기는 하루로 단축됩니다.
주기 단축의 적용 대상은 서초센터의 2·3등급 정보시스템입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등 행정기관 정보시스템의 등급은 1~5등급 등 5개 등급으로 나뉩니다. 이 중에서 1등급은 중앙정부인 행정안전부가 취급하는 부문으로, 지자체가 다룰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은 2등급입니다. 즉 서울시청은 상위 2개 등급의 백업 주기를 단축한다는 겁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24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데이터센터들의 전체 정보시스템 용량이 1000테라바이트(TB)를 넘기 때문에 현재는 전체 데이터를 다 백업 (주기 단축)할 수 있는 여력이 안된다"며 "중요한 등급의 백업 주기를 먼저 단축해야 하는데, 2·3등급이 중요하고 수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에 시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프라인 백업의 경우 사람이 직접 실행해야 하고, 테이프를 차량으로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2~3주 걸린다"며 "그래서 온라인 방식의 백업만 이번 주기 단축 대상이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서울시청은 주기 단축의 범위를 차츰 확대할 계획입니다. 2026년 하반기에는 상암센터의 2·3등급 정보시스템 중 공무원들만 볼 수 있는 내부전산망의 주기가 단축됩니다. 주기 단축을 위해 상암센터에 예산 12억원이 투입돼 온라인 백업 장비 구매에 쓰입니다. 2027~2028년에는 서초센터가 4·5등급 내부전산망, 상암센터가 2·3등급 대시민서비스망 백업 주기를 단축합니다. 2029년 이후에는 서초센터의 4·5등급 대시민서비스망, 상암센터 4·5등급 정보시스템 전체의 백업이 더 잦아집니다.
아울러 서버와 백업 장비를 2027년 이후 분리 배치합니다. 현재는 각 센터에서 서버와 백업 장비가 같은 시스템실에 있기 때문에, 층을 달리하는 등 다른 공간으로 분리한다는 겁니다.
이번 계획은 국정자원 화재 같은 재난이 다시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지난 9월26일 발생한 국정자원 화재는 정부24, 국민신문고, 국가법령정보센터 등 96개 시스템의 마비를 불러왔습니다. 서울시청 역시 전체 411개 전산시스템 중 64개 시스템이 중단되거나 일부 기능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습니다. 이 중에서 대시민서비스망은 38개, 내부전산망은 26개였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화재 다음날인 지난 9월27일 서울시 차원의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이 됐습니다. 이후 같은 달 29일에는 일선 부서에 국정자원 화재 사고를 계기로 서울시 주요 시스템 전산망 분리·이중화 등 장애 예방 강화 조치를 적극 검토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2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청년취업사관학교 AI 인재패스티벌'에서 청년취업사관학교 2.0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청)
한편, 서울시청은 지난 9월30일부터 11월7일까지 서초센터와 상암센터를 포함한 서울 내 민간·공공 데이터센터 총 87곳에 대한 화재안전대책을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대책의 주요 내용으로는 △소화설비, 과충전·과방전 방지 장치 등 안전시설에 대한 합동점검 △화재대응 강화를 위한 소방지휘관 중심 현지 적응훈련 △데이터센터 관계자 간담회 등입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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