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가 해킹 사고 여파로 위약금 면제를 시작하자마자 가입자 이탈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KT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데다, 신년 마케팅 비용을 확보한 경쟁사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경우 번호이동 규모가 지난해
SK텔레콤(017670) 위약금 면제 때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번호이동 건수는 59만3723건으로 전달보다 7.5% 늘었습니다. 연말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1년 전과 비교하면 12.5% 증가한 수치입니다. 통신업계에서는 KT와 LG유플러스 해킹 사태가 이어진 상황에서, KT 위약금 면제가 시작되며 번호이동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위약금 면제가 적용된 지난달 31일 하루 동안 전체 번호이동 건수는 3만5595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동안 하루 평균 1만5000건 수준이던 번호이동 규모를 훌쩍 넘긴 것입니다. 이날 KT에서 빠져나간 가입자는 1만14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5784명이 SK텔레콤으로 이동했고,
LG유플러스(032640)로 옮긴 가입자는 1880명, 알뜰폰(MVNO)을 선택한 가입자는 2478명이었습니다.
업계에서는 KT 위약금 면제 기간 경쟁사들이 마케팅을 더 세게 밀어붙일 경우 이탈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있습니다. 과거 해킹 사고와 위약금 면제로 가입자가 빠져나갔던 SK텔레콤은 해지 고객이 다시 돌아오면 가입 기간과 멤버십 등급을 원상 복구해 주겠다며 고객 되찾기에 나섰습니다. LG유플러스도 기존 단말을 그대로 쓰다가 유심만 옮긴 뒤 한 달 이후 기기를 바꾸면 추가 지원금을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신규 스마트폰 출시가 없는 비수기임에도 현장 분위기는 뜨겁습니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갤럭시S25, 갤럭시Z7 플립 같은 비교적 최신 스마트폰을 마이너스 폰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가령 갤럭시 Z플립7에 대해 공시지원금 58만원과 추가지원금 8만7000원을 공식 지원하고 있는 SK텔레콤은 256GB 모델(출고가 148만5000원)을 기준으로 실구매가를 '마이너스 10만원' 수준까지 낮췄습니다. 번호이동 고객에게는 총 91만원 안팎의 지원금이 붙는 셈입니다. 반면 기기변경은 14만원을 내야 해 지원금 차이가 20만원 이상 벌어집니다. LG유플러스는 이보다 20만원가량 더 얹어주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KT도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최고경영자(CEO) 교체기를 맞아 경쟁사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기엔 부담이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신년 마케팅 비용이 이미 책정된 데다, 지난해 7월 단말기유통법(단통법)이 폐지되면서 보조금 집행에 제약이 크게 줄어든 것과 비교되는 모습입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KT 위약금 면제 기간 동안의 가입자 이탈이 과거 SK텔레콤 사례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5일부터 14일까지 위약금 면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했고, 이 기간 약 16만6000명의 가입자가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바 있습니다. 해킹이라는 구조적인 신뢰 문제가 겹친 만큼, 이번 번호이동 시장의 파장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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