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01월 12일 16:3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국민연금이
현대제철(004020)에 대한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상향함에 따라 향후 현대제철의 미온적 밸류업(기업가치제고) 정책에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투자목적에 따라 주주행동의 단계를 구분한다. 일반투자는 배당확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개정 등 적극적인 주주행동이 가능하다. 반면 현대제철은 지난해부터 중국산 철강 반덤핑, 탄소중립 투자, 대미 투자 등 굵직한 현안을 직면하고 있어 주주환원 정책을 명확하게 확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사진=현대제철)
투자 목적 변경…주주행동 가능성 재개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현대제철에 대한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이에 앞으로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현대제철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주권리를 행사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기준 현대제철 지분 1173만 4306주(지분율 8.79%)를 보유해 단일주주로서는 지분율 3위에 해당한다.
보통 국민연금은 투자목적을 경영참여, 일반투자, 단순투자로 분류해 그에 알맞은 주주권을 행사한다. 일반투자는 경영권에 직접 관하지 않지만, 배당 확대 요구·이사 선임 반대 등 지배구조 개선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주주권리를 행사한다. 단순투자는 경영권에 영향 없이 단순 의결권 행사·신주 인수권 행사 등 시세 차익 추구에 무게를 둔다.
과거 사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목적을 변경한 후 주주총회 등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21년 11월 국민연금은 현대제철에 대한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상향했다.
이어 지난 2023년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 및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변경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경영성과에 비추어 보수한도와 보수가 과다하며, 정당한 사유없이 경영진에게 과도한 퇴직금 지급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주주 수익을 확대하기 위한 의사결정으로 풀이된다.
2024년 1월 국민연금은 다시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로 변경했고, 2024년 정기주주총회에서 모든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행사해 현대제철 이사회 안건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올해 1월 기준 현대제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5.96%다. 이에 국민연금이 특정 안건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해도 안건 가결이 충분한 상황이다. 다만, 연기금의 위상을 고려한다면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주주행동 타깃은 구체화되지 않은 현대제철의 밸류업 플랜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대표적인 주주환원 확대책을 내세우며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이행 중인 가운데, 현대제철은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밸류업 방향성으로 제시한 바 있다. 철강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밸류업 플랜이 부재한 점은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제한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법조계 등 관련 업계는 지난해 12월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 발표에 따라 올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예상될 것이라 보고 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는 안건 찬반 외 주주총회 현장에서 주주와의 적극적 소통 방안에 관한 사항을 요구할 가능성이 예측된다.
모호한 밸류업 목표
현대제철은 2024년 이래로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밸류업 방향성으로 제시했다. 수익성을 개선해 기업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배당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 해석된다.
다만, 중국산 철강 수입 증가 여파로 현대제철은 수익성 개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22년 1조176억원에 달했던 연결 순이익은 지난해 116억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동시에 배당 규모 역시 1주당 1000원에서 750원으로 줄었다. 배당성향이 상승했지만, 수익성 감소에 따른 반사효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8억원으로 직전연도 3분기(174억원) 대비 감소했다.
순이익이 감소하면 배당 확대 여력도 줄어든다. 주주 수익이 늘기 어려운 가운데, 명확한 주주정책의 방향성 수립이 대책으로 꼽힌다. ESG업계에 따르면 밸류업 목표와 수단이 명확할수록 투자자의 자본비용이 감소하고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명확한 밸류업 계획이 주주와 회사 사이의 신뢰도를 더욱 강화시키고, 기업가치 증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철강업계의 기업가치제고 흐름은 강화되는 추세다. 이에 국내 주요 철강업체는 각 사를 대표하는 밸류업 정책이 대부분 구체화된 상태다. 중장기 ROE(자기자본이익률) 목표치가 설정되고, 그에 맞는 수단도 확립됐다. 자사주 소각 및 중간배당(포스코그룹), 최저 배당한도 설정(동국제강그룹), 차등배당(세아그룹) 등이 각 사의 대표적 밸류업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현대제철이 향후 주주정책을 명확하게 제시할 가능성은 미지수다. 주주환원 정책 외 굵직한 현안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 지출이 지속될 전망이라서다. 아울러 중국산 철강의 밀어내기식 수출이 지속되는 까닭에 올해 국내 철강 산업의 업황 개선 가능성 역시 불투명하다.
현대제철은 탄소중립 투자, 미국 제철소 건설 등 핵심 투자를 지속중이다. 현대제철은 대미 투자에만 2조1522억원을 출자한다. 연간 현금흐름의 상당부분을 대미 투자에 할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가 기업 밸류업 공시 등에 관해 적극적인 소통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향후 기업에 대한 명확한 밸류업 계획 수립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