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차기'부터 연임 '특별결의'
2026-03-02 11:39:34 2026-03-02 11:47:3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지주사들이 회장 연임 관련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도입하고 있지만 '제 논에 물대기식'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장 올해 회장 임기 만료 이슈가 있는 곳은 도입에 신중한 반면 지난해 말 이미 연임을 사실상 확정한 곳에서는 적극적으로 도입했는데요. 이번에 특별결의를 도입하더라도 현직 회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나'는 쏙 빠진 생색내기 지배구조 개선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316140)는 회장 선임 방식을 기존 이사회 결의에서 주총 결의로 변경하고, 대표이사 3연임의 경우에는 보통결의가 아닌 특별결의로 의결 기준을 격상하기로 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에 앞서 자율적 개선을 주문한 가운데 선제 대응에 나선 것입니다.
 
이달 주총에서 이번 안건이 통과되면 앞으로 지주 회장 3연임 시에는 일반결의가 아닌 특별결의가 적용됩니다. 기존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출석과 출석 주주 과반 찬성인 일반결의 대신에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출석과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충족해야 하는 특별결의로 격상됩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지배구조 선진화 TF'를 가동하고 회장 선임·연임 절차의 투명성 제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특히 지주 회장 연임 시 특별결의 도입 등 방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2일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조만간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마련될 것이지만 좋은 일이라고 판단되면 미룰 이유가 없다"라며 특별결의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국회에서도 지주 회장이 연임할 경우 특별결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정치권과 감독당국의 압박이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라는 점에서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제도 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해 12월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부터)과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BNK금융지주(138930)도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표이사 연임 안건 주총 특별결의 도입 등 지배구조 개선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주총 안건으로 올리지 않더라도 당국의 지배구조 TF 논의 결과가 나올 경우 신속히 정관에 반영한다는 방침입니다.
 
BNK금융은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관행에 대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직후 '타깃 1호'로 여겨져 왔습니다. BNK금융이 지배구조 개선 TF의 개선안 도입에 앞장서 지배구조 개선의 시발점이 되겠다고 밝힌 만큼 회장 연임에 대해서도 개선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들 금융지주사가 특별결의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로 했지만 생색내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 주총에서 특별결의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사실상 연임을 확정한 지주 회장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달 임기를 마치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빈대인 BNK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이미 지난해 말 각각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된 바 있습니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경우 특별결의 도입 안건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앞서 지난달 25일 KB금융(105560)의 경우 오는 1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양종희 회장의 거취와 맞물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특별결의를 위한 정관 개정 안건은 빠졌습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이달 3일 이사회를 열고 주총 안건을 확정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는 신중한 기류가 감지됩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 연임 이슈가 있는 금융지주가 관련 정관 변경을 자발적으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지도 않았는데 특별결의를 도입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KB금융의 경우 이르면 6월부터 경영 승계 절차에 돌입해야 하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관을 대폭 수정하기는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별결의 대신 이사회 정비 초점 
 
KB와 하나금융지주사는 특별결의 안건은 이번 주총에 올리지 않는 대신 이사회 정비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입니다. 지배구조 개선에 칼을 빼 든 금융당국이 이사회의 전문성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IT·보안, 금융소비자보호 역량 보강이 과제로 떠오르면서 이들 부문에서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확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 사외이사들로는 당국이 요구하는 역량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KB금융은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서정호 변호사를 추천하며 이사회의 법률·내부통제 역량 강화에 나섰습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책임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학계 중심이던 이사회 구성을 실무형 법률 전문가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이번 인선으로 KB금융의 교수 출신 사외이사 비중은 40% 초반까지 낮아졌습니다.
 
하나금융의 경우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8명 가운데 이강원 사외이사를 제외한 7명을 재추천했습니다. 이강원 사외이사의 후임으로는 최현자 현 하나은행 사외이사가 추천됐는데요.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폭을 최소화했지만 소비자보호 전문가를 사외이사진에 추가해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응답했습니다. 최 후보는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로 미국 퍼듀대에서 소비자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당국 기조를 의식하더라도 사외이사진에 대폭 변화를 주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배구조 개선 TF 논의가 이달까지 이어질 예정인 만큼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3년 단임제 등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거나 3년 이상의 사외이사를 대폭 교체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IT·소비자보호 부문의 경우 인력 풀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데다 금융지주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인재 수요가 많아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방안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만큼 대대적인 사외이사진 교체보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사항을 사후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지주사들이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기조에 맞춰 회장 연임시 특별결의 도입 등 정관 개정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4대 금융지주 본점 건물 모습. (사진=각사)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