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KT)③결정권은 이사회에…'판단 유예'가 만든 공백
해킹·가입자 이탈·조직 전환 겹친 위기 국면 KT
대표 공존 구조 속 의사결정 공백 장기화
판단 주체로 떠오른 이사회, 늦어지는 시간표
2026-01-14 16:34:42 2026-01-14 17:19:33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의 경영 혼선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를 조정해야 할 이사회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KT는 해킹 사고 수습, 가입자 이탈 대응 및 조직 전환이 동시에 요구되는 위기 국면에 놓여 있지만, 연임이 무산된 김영섭 대표와 차기 대표 내정자의 공존으로 사실상의 대표 권한 공백이 이어지는 실정인데요. 유일한 경영 조정 주체로 남은 이사회의 적극적인 판단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4일 KT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KT 이사회는 현재 상황을 위기 국면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이 같은 인식과 별개로 이사회는 구체적 판단을 내리거나 조정 역할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일례로 최근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들까지 포함한 이사회 일부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6 출장에 나선 점만 봐도, 이사회의 관조적 태도가 엿보입니다.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취지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지만 어느 때보다 위기 대응이 절실한 시점에 참관했다는 점에서, 이사회의 판단에 대한 아쉬움 역시 제기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이사회 내부의 구체적인 논의 내용이나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KT 한 관계자는 "위기 인식은 공유되고 있지만, 실제 판단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30만 이상 고객 이탈에도 경영 정체
 
실제 KT의 현장 상황은 빠르게 악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진행된 2주간의 위약금 면제 기간 동안, KT를 이탈한 고객은 31만290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KT가 위약금을 소급 환급하기로 한 지난해 9월1일부터 12월30일까지 이탈 고객 약 35만명을 포함하면 KT가 환급해야 할 고객은 총 약 66만명으로 추산됩니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3만5295원이고, 이들의 위약금 규모를 포함하면 500억원가량이 증발할 수 있다는 업계 전망도 나옵니다. 여기에 유심 교체 비용과 고객 보답 프로그램 비용도 순차적으로 포함될 예정입니다. 하나증권은 유심 교체로 1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고, KT는 보상안이 4500억원 정도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과징금 처분도 남아 있습니다. 무선 사업은 KT 별도 매출의 약 35%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으로,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가입자 기반이 흔들릴 경우 중장기 실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해킹 사고 수습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KT가 사실상 '무경영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입니다. 김영섭 대표는 법적 임기를 근거로 현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박윤영 차기 대표 내정자는 공식 취임 전으로 경영 판단에 개입할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조직개편과 인사, 위기 대응 방향 설정은 사실상 모두 정체된 상태입니다. 연초에 계획됐던 조직 전환과 인사 역시 멈춰 서면서, 해킹 사고 수습과 가입자 이탈 대응은 기존 체제 인사들이 그대로 맡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사회 판단 유예될수록 혼선 확대 불가피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시장과 내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이사회로 향하고 있습니다. 대표 권한이 사실상 공백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경영 연속성을 관리하고 위기 대응의 중심을 잡아줄 주체는 이사회밖에 없습니다. 특히 현재와 같이 해킹 사고 이후 고객 신뢰 회복과 조직 쇄신이 동시에 요구되는 위기 국면에서는, 판단이 늦어질수록 혼선 확대는 불가피합니다.
 
KT에 정통한 관계자는 "대표 교체 국면이 길어질수록 회사 전체가 관망 상태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 내부의 평가"라고 말했습니다. 임원과 실무진 사이에서는 "누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조직 방향성이 실종된 가운데, 현장 직원들에게는 실적 부담도 전가되는 실정입니다. KT 현장 관계자는 "이달 중 휴대전화 고객 할당량이 떨어진 곳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 자체가 이사회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차기 대표가 내정된 상황에서 기존 대표 체제가 인사와 조직 전환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인수인계와 경영 연속성이 사실상 단절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전환기에는 이사회가 중심을 잡고 관리 역할을 해야 하는데, 판단이 유예될수록 위기 수습은 더 늦어진다"고 말했습니다.
 
KT 정관에는 이사회가 대표이사의 경영 전반을 관리·감독하도록 하는 권한이 명시돼 있습니다. 정관 제34조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표이사와 체결한 경영 계약의 이행 여부와 경영 목표 달성 수준을 평가할 수 있으며, 그 결과가 미진하다고 판단될 경우 주주총회에 대표이사 해임을 건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또 대표이사가 중대한 과실이나 경영상 책임으로 신뢰를 상실한 경우, 이사회가 이를 문제 삼아 판단에 나설 수 있는 구조입니다. 위기 인식과 판단, 실행 사이의 시간차가 길어질수록 경영 공백은 구조화될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조직과 시장이 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도 "최고경영자(CEO) 승계 국면에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방치하는 것 자체가 지배구조 리스크로 평가될 수 있다"며 "이사회가 관망자로 머물 경우, 이는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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