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KT)①해킹 수습 공백·가입자 이탈 가속
연임 무산·차기 내정자 공존…'무경영 상태' 장기화
KT 가입자 21만명 이탈에 계열사까지 올스톱
위기 수습 지연 속 이사회 역할론 고개
2026-01-12 16:37:48 2026-01-12 16:43:12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가 해킹 사고 후폭풍과 위약금 면제에 따른 가입자 이탈이 겹치며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기 수습과 고객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지만, 리더십 공백 속에 대응이 지연되고 있는 까닭입니다. 김영섭 현 KT 대표이사의 연임이 무산되고 박윤영 차기 대표이사 내정자가 낙점됐음에도, 경영 전면에 나설 주체가 부재한 사실상의 '무경영 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김영섭 체제에서 불거진 KT 해킹 사태는 여전히 수습 국면에 이르지 못한 모습입니다. 정부는 KT 전체 이용자가 보안 위험에 노출된 만큼 약관상 회사의 귀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위약금 면제를 결정한 바 있는데요.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가 위약금 면제를 시작한 지난해 12월31일 이후부터 이달 10일까지 KT를 이탈한 가입자는 총 21만6203명입니다. 이는 지난해 SK텔레콤(017670)이 열흘간 위약금 면제를 시행했을 당시 이탈한 가입자 수 16만6441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특히 위약금 면제 종료를 앞두고 하루 이탈자가 2만명대에서 3만명대로 증가하는 흐름마저 나타나고 있는데요. 업계는 전산 휴무일이 포함되는 12일과 마지막 날인 13일에는 경쟁사들의 보조금 경쟁과 맞물려 이탈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KT 역시 보조금을 풀며 가입자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더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선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뒤따릅니다. 
 
비판 여론은 시민단체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KT가 과거 경쟁사 해킹 사고 당시 강력한 보안을 내세워 가입자를 유치한 점을 문제 삼으며, 이용자에게 보안 수준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이용자 보호와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보다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혼선의 배경으로는 위기 대응의 중심이 잡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 꼽힙니다. 고객 신뢰 회복이 절실한 시점에 연임이 무산된 김영섭 대표는 법적 임기를 이유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반면, 차기 대표이사 내정자는 공식 취임 전이어서 경영 판단에 개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조직개편과 인사가 사실상 멈춰 서며, 해킹 사태에 책임이 있는 기존 체제 인사들이 다시 고객 신뢰 회복을 담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부 지적이 나옵니다. KT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의 해킹 수습을 결국 인사 적체 속에서 기존 책임자들이 담당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신뢰 회복에 공감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꼬집었습니다.
 
KT 안팎에서는 현재의 무경영 상태가 사실상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김영섭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해킹 사고와 관련해 "사고 수습 후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밝혔고, 같은 달 종합감사에서도 "총체적 경영 책임은 최고경영자에게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후 11월 초 열린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이사 공개 모집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임기 종료를 전제로 한 관리 체제로 회사가 전환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리더십 공백의 여파는 KT 본사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KT는 통신 본사를 비롯해 상장사 7곳을 포함, 연결 기준 78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집단입니다. 해가 바뀌었지만 계열사 상당수가 핵심성과지표(KPI)나 중장기 사업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관망 국면에 머물러 있는 실정입니다. KT그룹의 한 관계자는 "KT 수장이 바뀌면 계열사 대표 인사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기에 현 경영진도 의사결정을 미루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그룹 내부에서는 "결정을 해줄 사람이 없다"는 말까지 돌고 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오너 기업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032640)는 신임 대표가 내정되면 최고경영자(CEO) 자격으로 인사와 조직개편, 연간 사업 방향을 주도합니다. 정기주주총회 전까지 퇴임을 앞둔 대표이사와 차기 대표이사 내정자가 공존하는 KT의 구조와는 사뭇 다릅니다.
 
현장과 그룹 전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이사회 역할을 둘러싼 문제 제기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현재 구조상 위기 대응과 방향 설정의 중심은 이사회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까닭입니다. 한 KT 관계자는 "지금은 누가 봐도 비상 상황인데, 회사 전체가 다음 체제를 기다리며 멈춰 서 있는 느낌"이라며 "이사회가 책임지고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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