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배제'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 어디까지
2026-01-16 14:43:30 2026-01-16 14:43:3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한 가운데 현직 회장의 권한이 어디까지 줄어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일부 금융지주사의 경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회장을 배제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았는데요. 업계에선 과거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회장이 배제된 이후 전방위적으로 회장 권한 축소가 제도화하는 것이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룹·계열 임추위서 회장 제외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주요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관련 특별 점검에 착수한 가운데 사외이사 선임 절차와 회장 권한 범위 재설정 등 개편 논의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BNK금융지주(138930)는 전날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주주추천 절차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외형상으로는 주주 참여 확대와 투명성 강화가 핵심이지만,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따로 있습니다. BNK금융이 임추위를 사외이사 전원 체제로 전환하며, 임추위에 회장을 참여하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이사회 산하 임추위는 지주사 회장뿐 아니라 은행장, 계열사 대표 등 그룹 핵심 경영진 인선을 좌우하는 핵심 기구입니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회장이 임추위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룹 전략과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최고경영자가 계열사 인사 과정에 관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였습니다.
 
KB금융(105560)신한금융지주(055550), 하나금융지주(086790), 우리금융지주(316140) 등은 사외이사, 자회사 CEO 후보 추천 기구를 각각 따로 두고 있습니다. 회추위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들로만 구성하고 자회사 CEO 후보 추천위원회에는 지주사 회장이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신한금융과 KB금융, 하나금융은 지주사 회장이 임추위원장을 맡고 있고, 우리금융 임추위는 사외사들로만 구성돼 있습니다.
 
대부분 금융지주는 회장이 임추위 위원으로 참여하거나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BNK금융의 임추위 회장 배제 결정은 전체 금융지주 지배구조 변화의 바로미터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아직 지배구조 개선 TF에서 공식 가이드라인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금융지주의 결정이 사실상 업계 표준처럼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당국이 사전 교감이나 컨펌을 해줬기 때문에 BNK가 움직인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내부에 존재한다"고 전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8개 주요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관련 특별점검에 착수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회장 권한 축소 제도화 움직임 
 
정치권과 당국의 기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 '이너서클(내부 권력집단)' 구조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장기 집권형 회장 체제에 대한 비판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금융기관 업무보고에서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돌아가면서 계속 회장 했다가 은행장 했다고 10년, 20년씩 해 먹는 모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장기 집권을 위해 개인적 인연이 있는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넣는 방식으로 '참호'를 구축하거나 임추위 등 내부 인사 결정에 적극 참여해 차기 회장 경쟁자를 관리를 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유지했다는 인식입니다. 
 
대통령의 경고 이후 금감원도 본격적인 조치에 나섰습니다. 금감원은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8개 은행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모범관행의 실제 운영 현황을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금감원의 특별점검이 최근 연임을 앞둔 금융지주 회장들의 인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사외이사 구성과 회장 인선 분위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그룹 주요 결정에서 회장 배제 분위기가 제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과거 금융권에서는 회추위나 사추위에 회장이 참여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8년~2019년 당국이 현직 회장이 사외이사 선임에 관여해 사외이사가 회장 연임을 결정하는 이른바 '셀프연임' 구조 개선을 강하게 지시했습니다.
 
지금 분위기와 비슷하게 금융지주사가 현 회장의 장기 집권을 위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팽배했습니다.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만들어지기 전인 만큼 당국의 서슬퍼런 분위기에 금융지주사들은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회추위와 사추위에서 회장을 제외했습니다.
 
업계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주문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금융지주 개편 작업은 사실상 정책 신호’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라는 명분 아래 회장 권한 축소 흐름이 확산하면 금융지주 경영 구조 전반이 재편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금감원은 이사회 등 구성 인원에 대해 방침을 거론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임추위 구성에서 회장 포함 여부를 강제하거나 특정 구조를 요구한 적은 없다"며 "각 금융지주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에 대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최근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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