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미 연방 이민 단속이 ‘보이지 않는 집행’에서 ‘도시 한복판의 공개 작전’으로 전환되면서 미국 사회의 분열이 한층 더 격화하고 있습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이민 단속 요원이 잇따라 시민을 총격해 숨지게 한 사건을 계기로 거리에서는 전국적 시위가 번지고 의회는 예산을 무기 삼아 맞붙는 양상입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공개 비판에 나선 데 이어 민주당은 예산안 패키지 처리에 ‘셧다운 카드’까지 꺼내 들었습니다. 공화당 일부에서도 “신뢰가 걸린 만큼 전면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며 강경 단속을 둘러싼 정치권 균열이 확산하는 모습입니다.
25일(현지시간) 연방 이민 단속 요원들이 그를 구금하려다 치명적인 총격을 가해 숨진 장소에서 한 여성이 뒤집힌 미국 국기가 그려진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연쇄 총격과 영상 논란…증거 보존 명령·수사권 충돌
논란의 중심에는 이달 들어 미니애폴리스에서 벌어진 연방 요원 연루 총격 사건이 있습니다. 25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DHS)와 미네소타주 당국,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24일 오전 9시께 미니애폴리스에서 37세 중환자실 간호사 알렉스 제프리 프레티가 국경순찰대 요원 총격으로 숨졌습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37세 여성 르네 니콜 굿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으로 사망했습니다. 두 사건 현장은 1마일(약 1.6㎞)도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연방 당국은 프레티가 9㎜ 권총을 소지한 채 요원들에게 접근했고, 무장 해제 시도에 격렬히 저항해 ‘방어 사격’이 이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로이터>가 검증한 목격 영상에는 프레티가 총이 아닌 휴대전화를 든 상태에서 제압과 후추 스프레이를 당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또 한 요원이 총기를 확보한 뒤에도 근접 사격이 이어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외신들은 연방 요원들이 프레티를 둘러싸 제압하는 과정과 총기가 분리되는 듯한 장면, 이후 수 초간 이어진 사격 흐름에 주목하며 “정부 설명과 영상이 배치된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 연방법원은 연방 당국에 증거 보존을 명령했습니다. 25일 미네소타 연방법원에 따르면 에릭 토스트러드 판사는 프레티 사망 사건과 관련한 모든 증거의 인멸이나 보존 실패를 막아달라는 주정부 측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이에 따라 DHS는 총격 당시 영상과 통신 기록 등 관련 증거를 보존해야 합니다. 미네소타주 범죄검거국(BCA)은 사건 당일 현장 접근이 연방 요원들에 의해 차단됐다고 밝히며 연방정부가 주정부의 수사 참여를 막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앞서 르네 굿 사망 사건에서도 연방 당국이 주정부 수사 협조 요청을 거부한 전례가 있어 연방·주 간 수사권 갈등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5일(현지시간) 연방 이민 단속 요원들이 그를 구금하려다 치명적인 총격을 가해 숨진 장소에서, 알렉스 프레티로 확인된 남성을 기리기 위해 사람들이 임시 추모 장소에 모였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오바마 공개 비판·셧다운 압박…정치권 전선 확대
정치권의 반응도 거셉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5일 성명에서 프레티의 죽음을 “가슴이 찢어지는 비극”으로 규정하며 “정당을 떠나 모든 미국인에게 한 국가로서 우리의 여러 핵심 가치가 점점 더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경종”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ICE를 비롯한 연방 요원들이 “미국 주요 도시 주민들을 위협하고, 괴롭히며, 도발하고, 위험에 빠뜨릴 목적으로 고안된 것으로 보이는 전술”을 제지 없이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의회에서는 예산을 둘러싼 정면 충돌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상원 민주당 지도부는 국토안보부 예산이 포함된 연방정부 예산 패키지의 절차 진행을 막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는데 최악의 경우 다음 주말 부분 셧다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해당 패키지에는 국토안보부 예산과 함께 ICE 예산이 포함돼 있어 민주당은 “운영 방식에 대한 책임성 장치가 없다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공화당 진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루이지애나주 빌 캐시디 상원의원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연방과 주가 함께하는 전면적인 공동 조사를 촉구했고, 메인주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 역시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일부 공화당 인사와 총기 권리 옹호 단체는 “합법적 총기 휴대가 곧 사형선고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연방 당국의 해명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거리의 온도도 빠르게 달아올랐습니다. 뉴욕시는 강력한 겨울 폭풍이 접근하고 기온이 영하권(화씨 10도대)으로 떨어진 24일 오후, 맨해튼 유니언스퀘어에 1000명 이상이 급히 모여 ICE를 규탄했고 이후 맨해튼 로어의 연방청사 인근까지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시위대는 “알렉스를 위한 정의”를 외치며 단속 중단과 ICE 폐지까지 요구했습니다. 외신들은 이번 사태가 ICE의 단속 방식이 ‘보이지 않는 집행’에서 ‘도시의 공개 작전’으로 바뀌고 있다는 문제의식과 맞물린다고 지적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도시 거리와 주거지, 일터로까지 진입한 ICE 요원들의 단속과 시위대와의 충돌이 미국 사회의 정치·사회적 분열을 가속하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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