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나면 경제 살아난다"…트럼프는 낙관, 미국인은 싸늘
"주식은 랠리, 국민은 비명"…이란전 이후 더 커진 미경제 간극
고물가·고유가에 비관론…외신 "자산 가진 사람만 호황 누려"
2026-05-25 12:54:43 2026-05-25 12:54:43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지만,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에 먹구름은 없다”며 증시 호황과 성장 회복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미국 소비자들은 70여 년 만에 최악 수준의 경기 비관론에 빠져 있습니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월가는 환호하지만 미국 가계는 침체를 체감하는 동상이몽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란 전쟁 종식 기대감이 커지고 있음에도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국민과 정부의 간극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란 전쟁 종식 기대감이 커지고 있음에도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국민과 정부의 간극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트럼프 "협상대표들에 합의 서두르지말라 지시…시간 우리편"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의 협상이 “질서 있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서둘러 합의에 도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시간은 우리 편”이라며 해상 봉쇄를 유지한 채 이란을 압박했습니다. 동시에 “이란과 미국은 전문적이고 생산적인 관계가 되고 있다”며 협상 타결 가능성도 내비쳤습니다.
 
백악관 경제라인도 전쟁 이후를 낙관하고 있습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CBS>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만 다시 열리면 유조선들이 곧바로 돌아오고, 한두 달 안에 전 세계 모든 정유시설이 필요한 원유를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해싯 위원장은 최근 소비심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 대해서도 “경제에 전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급락에 대해 “정치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주장하며 “소비자신뢰지수와 다른 경제지표들은 여전히 긍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미국 증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낙관론에 호응하는 분위기입니다. S&P500지수는 최근 8주 연속 상승했고 다우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기대 속에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대형 기술주들이 증시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미국인들의 체감경기는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인들이 이렇게 우울한데 주식시장이 이렇게 좋았던 적은 없었다”고 진단했습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1950년대 조사 시작 이후 최저 수준까지 추락했습니다. 이란 전쟁 이후 유가가 급등하고 생활비 부담이 커진 영향입니다. 미시간대 소비자조사 책임자인 조앤 수 교수는 “물가는 여전히 매우 높고 노동시장은 지난 4년 동안 명확하게 약화됐다”며 “지금은 전쟁 한가운데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현재 소비심리는 2022년 기록했던 고물가 충격 당시보다도 10% 더 낮습니다. 당시 미국은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었습니다. <커먼드림스>는 ‘코베이시레터’를 인용해 “현대사 최대 수준의 부의 격차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코베이시레터에 따르면 최근 6년 동안 S&P500지수는 약 130% 상승했지만 소비자심리는 약 55% 급락했습니다. 즉 자산시장은 급등했지만 일반 가계는 오히려 더 가난해졌다고 느끼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22일 공개된 갤럽 조사에서도 미국 경제를 “좋다” 또는 “매우 좋다”고 평가한 비율은 16%에 불과했습니다. 절반 가까운 응답자는 경제 상황이 “나쁘다”고 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내부에서도 균열 조짐이 나타납니다. <악시오스>는 공화당 지지층 내 경제 분야 트럼프 지지율이 약 3개월 전 80% 수준에서 최근 60% 안팎으로 하락했습니다. 
 
"미국 경제, '두 개의 경제'로 갈라지고 있다"
 
외신들은 이런 괴리의 핵심 배경으로 미국 경제의 양극화를 꼽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상위 10% 고소득층이 전체 소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하위 80% 계층의 소비 비중은 4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TD이코노믹스의 크세니아 부시메네바 이코노미스트는 “상위 계층은 증시 상승과 자산 가격 급등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나머지 계층과의 격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미국 경제는 ‘두 개의 경제’로 갈라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주식을 보유한 상위 계층은 AI 랠리와 자산 가격 상승으로 부를 키우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고유가·고물가·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존스홉킨스대 로버트 바베라 교수는 “달로 향하는 주식시장과 점점 더 우울해지는 가계가 사실 같은 현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I 역시 이런 괴리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인건비를 줄이면서 이익률 확대 기대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는 주식시장에는 호재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AI가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실제 성장률을 훼손하고 있다는 분석도 잇따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미국 경제에 얼마나 큰 비용을 초래하고 있는가”라며 "관세 정책과 반이민 기조, 정책 불확실성 확대로 미국 성장률이 약 0.8%포인트 낮아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관세 정책이 가계 구매력과 기업 수익성을 압박하며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내렸고, 대규모 추방 정책과 국경 봉쇄에 따른 노동 공급 감소 역시 성장률을 0.2%포인트 낮췄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정책 불확실성으로 기업 투자까지 위축되면서 추가로 0.4%포인트의 성장률 하락 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가디언>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생활비 부담보다 이민 단속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느끼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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