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신형 인공지능(AI) 칩을 공개한 가운데, 해당 칩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SK하이닉스가 단독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구글의 AI 칩 텐서처리장치(TPU)에 삼성전자의 HBM이 상당수 적용된 데 이어, SK하이닉스가 MS의 솔 벤더(Sole Vendor·단독 공급사)로 부상하면서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을 둘러싼 공급 경쟁도 한층 가열되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마련된 SK하이닉스 부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실물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6일(현지시각)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마이아 200’ AI 칩에 HBM3E를 단독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마이아 200에는 초당 7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구현하는 216GB HBM3E가 탑재되는데, SK하이닉스가 이를 납품한다고 전해졌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사 AI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는 흐름 속에서,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로소프트에 HBM을 단독 공급한 것은 ASIC 시장 내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GPU에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HBM과 달리, 고객사마다 사양과 기준이 다른 HBM을 특수 제작해야 하는 만큼 제품 난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ASIC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구글과 메타 등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의 자체 ASIC 출하가 44.6% 성장해, GPU 성장률 16.1%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ASIC 시장 확대와 함께 이들 기업에 HBM을 공급하는 메모리 제조사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분석됩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구글의 AI 칩 TPU에 적용된 HBM 물량의 60% 이상을 공급하면서, ASIC 시장에서 고객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양상입니다.
이 같은 경쟁 구도는 올해 하반기부터 수요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HBM4에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루빈’이 HBM4를 채택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ASIC 역시 고성능 HBM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관련 수요가 지속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일례로 구글은 차세대 TPU에 HBM4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주요 공급처로는 6세대(1c) 공정을 기반으로 HBM4를 개발 중인 삼성전자가 거론됩니다.
결과적으로 ASIC 수요에 비해 HBM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제한적인 만큼, 일부 메모리 제조사에 수혜가 집중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HBM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미국 빅테크 기업과 거래할 수 있는 업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정도”라며 “이번 HBM3E 단독 납품 역시 이러한 구도에서 SK하이닉스가 잘 대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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