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개정된 상법 시행을 앞두고 오너 경영 체제의 2금융권 회사들이 긴장 속에 주주총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 상법에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 등이 담겼는데요. 보수한도 승인 시 이사인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 대법원 판결이 맞물리면서, 오너 보수 체계가 경영권 안정성과 직결된 핵심 리스크로 부상했습니다.
개정 상법 가동 전 마지막 주총 시즌
27일 법조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개정 상법은 오는 7월 시행됩니다.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은 개정 상법 시행 이전에 열리는 마지막 주총이자 향후 경영권 및 지배구조 변화에 대비할 초석이 되는 중요한 분기점인 셈입니다.
개정 상법은 지난해 7월22일과 9월9일에 걸쳐 공포됐습니다. 공포 즉시 시행되는 부분과 공포 이후 1년간 유예가 적용되는 부분으로 구분되는데요. 작년 7월 통과된 1차 개정 상법은 일부분 공포 즉시 시행됐고, 당해 9월에 통과된 2차 개정 상법은 1년 뒤 시행됩니다. 다만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한해서는 개정 상법 시행 이후 최초로 이사 선임을 소집하는 주주총회부터 적용키로 하면서 실질적인 시행 시점은 2026년 정기주주총회로 미뤄졌습니다.
1차 개정에선 △이사의 전체 주주 충실의무 확대 △독립이사(사외이사) 비율 확대 △감사위원 선임·해임 관련 3%룰 강화 △소수주주권 행사 요건 완화 및 공시 강화 △전자주주총회 제도화 등을 다뤘고, 2차 개정에선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추가했습니다.
올해 정기주총 시즌은 한 달여 기간을 앞두고 있는데요. 올해 7월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외하고는 개정 상법과 관련된 조항이 작동하며 본격적인 시행이 시작되는 만큼 상장사들은 이번 주총을 기회로 마지막 최종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법조계 제언이 나왔습니다. 금융지주나 주요 은행을 비롯해 보험·카드·캐피탈·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는 일반 상장사보다 더 엄격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더욱 선제적인 대응이 필수적이어야 한다는 견해가 뒤따릅니다.
일반적으로 보험·카드사 등은 주식회사 형태의 금융회사라도 별도의 특례가 없는 한 상법상 주주총회 규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상법 제169조 이하 등에 따르면 규율로 정해진 주식회사는 주주총회에 관한 일반규정(제361조 이하)을 따릅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3조(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도 금융사 지배구조 관해선 특별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법을 적용한다고 명시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오너 금융사, 임원보수 리스크 부각
특히 오너 경영 체제인 금융사는 임원 보수 리스크 관리에 신경쓰는 모습입니다. 오너가 회장이나 이사로 재직하면서 고액 연봉을 받는 구조일수록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개정 상법 통과 전인 지난해 4월 말에 대법원은 '이사인 주주는 이사 전체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특별이해관계가 있으므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는 이는 보수한도 승인이 개별 보수 결정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보고 의결권을 행사해온 과거 판결 관행을 뒤집은 결정입니다. 개인적인 이해관계로만 받아들여졌던 특별이해관계에 대한 관점도 달라지면서 이사인 주주가 이사 보수한도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됩니다.
특히 개정 상법 시행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강화된 시점에서 이사인 주주의 의결권 제한은 임원 보수 체계 전반에 법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등이 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세종의 지배구조전략센터는 전날 발표한 '2026년 정기주주총회 핵심 체크포인트' 자료에서 "법원은 이사인 자는 이사의 보수한도액 승인에 관한 안건에 대해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주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올해 정기주총에서는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 표결 시 이사인 주주의 의결권을 제외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어 "현실적으로 최대주주 측 의결권이 배제되면 과반 찬성을 얻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기관·소액주주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간과하고 예전 관행대로 대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해 이사 보수 총액 한도 안건을 통과시킬 경우 추후 소액주주들이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한 "대법원 판결 이후, 당시 승인된 보수한도에 근거해 지급된 이사 보수에 대하여 이를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만큼 이사 보수 결정 절차에서 법적인 문제가 없도록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보수위원회·성과연계 등 소수주주 설득
결과적으로 오너가 대표이사나 사내이사로 등재돼 경영권을 직접 행사하는 2금융권의 경우 오너가 가진 의결권을 제외하고도 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주의 과반수 및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보수한도가 통과됩니다. 오너 본인뿐만 아니라, 주식을 보유한 친인척이 등기이사로 등재됐다면 이들 역시 특별이해관계자로 분류돼 의결권이 제한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사의 자격이나 보수 결정 절차를 정관에 미리 구체화해 리스크 최소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입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2금융권 안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두고도 오너 경영 체제가 공고하거나 오너 일가 또는 친인척이 등기이사로 등재돼 보수한도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을 받는 금융사는 약 18곳으로 조사됐습니다. 업권별로 △교보·한화·흥국·동양생명 등 생명보험사 △DB·한화·흥국손보 등 손해보험사 △현대카드·현대커머셜·DB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 △OK·웰컴·상상인·한국투자·고려·예본·유진·다올저축은행 등입니다.
한화그룹의 금융 계열사는 선제적으로 이사의 보수한도는 보수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사회를 통해 주총에서 결정한다는 문구를 정관에 반영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습니다. 독립적인 사외이사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객관적 지표로 보수한도를 산정했다는 점을 강조해 소액주주의 찬성을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현대차그룹 금융 계열사의 경우는 보수 체계의 투명한 공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주가 수익이나 순이익, 고객추천지수(NPS),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 등과 연계해 임원 보수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상세히 기술한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내실화해 데이터 기반의 성과로 설득력을 높였습니다.
대주주 적격성이나 내부통제 등 지배구조 이슈를 겪은 OK·상상인저축은행 등은 주주 반발을 의식해 보수한도를 동결하거나 실질 보수 비중을 조정하는 '차등 보수제' 를 도입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OK저축은행은 최근 지배구조 규범을 개정해 내부통제 강화와 함께 이사 보수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주총 승인이 필요한 보수 대신, 실적에 따른 성과급 비중을 조절하거나 정관상 보수한도 자체를 낮게 설정해 주주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년보다 보수 산정 방식의 합리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보수한도 통과 여부 자체가 시장과 주주들에 얼마나 신임받는지 등 오너 리더십 생존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 분수령으로 읽힐 가능성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해 3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 총회장 입구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Chat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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